‘17년 표류’ 서초구 이전 계획 새 국면
타 지역 유치 방어 의도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후화돼 이전이 추진돼온 국립중앙의료원을 중구 방산동 옛 미군 부대 부지로 옮기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2003년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하기로 했던 기존 계획이 소음·입지 논란에 발목 잡히자 대체부지를 내놓은 것이다. 박 시장은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시 부설 국립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을 함께 건립하도록 할 것”이라며 “(방산동 이전은) 최단 기간 내 국내 첫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28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1958년 개원해 심각하게 노후화된 국립중앙의료원을 서울 중구 방산동 일대 미군 공병단(극동공병단) 부지로 이전해줄 것을 보건복지부와 국방부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지난 17년 동안 표류해 온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 해법”이라고 했다. 방산동 부지는 중구 을지로6가동 현 국립중앙의료원 부지와 차로 하나를 끼고 마주 보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6·25전쟁 전상병과 민간환자의 치료, 의사와 의료요원의 훈련 양성을 위해 설립된 복지부 산하 종합병원이다. 공공의료 선도기관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수십 년 동안 노후화되면서 2003년 원지동 이전이 추진됐다. 하지만 원지동 부지가 경부고속도로와 가까워 소음이 크고, 강북 도심에 있는 현 의료원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반발에 사업이 겉돌았다.
박 시장은 방산동 이전이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앞당길 것이라고 설득했다. 박 시장은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시) ‘부설 국립중앙감염병 전문병원’과 제대로 된 ‘국립외상센터’를 함께 건립해 줄 것을 복지부와 국방부에 제안한다”며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인구의 절반인 2500만명의 수도권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국가의 감염병 대응기능을 강화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고 2017년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는데도 아무런 진척 없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며 “대구 경북 집단감염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호소했다.
방산동 부지 제안에는 타지역 유치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원지동 이전 사업이 부진해지자 세종시와 관련 정치권이 ‘질병관리본부와의 연계성’를 앞세워 국립중앙의료원 유치에 나섰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