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숙주로 지목된 박쥐와 관련한 연구를 해오던 미국 기관에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미국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박쥐 연구를 5년간 지원하던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와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협력했다는 이유로 지난 24일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미 국립보건원(NIH)의 이메일에 의하면 NIH는 올해 보조금 중 남은 36만9818달러(약 4억5000만원) 지급을 중단했다. NIH가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이다. 예컨대 과학적 위법행위나 재정적 부정행위가 발생할 때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
에코헬스 얼라이언스는 박쥐를 매개로 퍼지는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박쥐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옮는 가능성에 관한 연구로 2015년부터 370만 달러(약 45억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과학 전문지 ‘네이처’ 등 20편의 논문을 게재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지난 2018년 4월 NIH가 박쥐 연구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 낸 보도자료에 공동 연구자로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과학자들이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헤아릴 수 없이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과거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와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협력했다는 이력 때문에 정치적 문제로 바뀌었다는 것이 폴리티코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금 지원에 관한 질문에 “이 보조금은 꽤 오래전에 허가된 것”이라며 “그때 대통령이 누구였는지 궁금하다”고 오바마 행정부를 언급하며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NIH의 설명에 의하면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해당 사업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했으나 2019년 7월 트럼프 행정부가 자금 지원 배정을 갱신했다고 지적했다.
에코헬스 얼라이언스 측은 “지난 20년간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원인에 대해 연구해 왔으며, 연방정부의 사전승인을 받고 25개국 연구기관과 협력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조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