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2주 일찍 와야 하는 해외 아티스트…고심하는 공연계

입력 2020-04-28 15:24 수정 2020-04-28 18:11
코로나19 여파로 내한 공연을 앞둔 해외 아티스트들의 입국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왼쪽부터 자가격리를 마치고 연습에 참가한 뮤지컬 ‘모차르트’의 연출가 아드리안 오스몬드, LG아트센터에서 6월에 공연이 예정돼 있지만 입국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와 안무가 아크람 칸. 연합·LG아트센터 제공

6월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모차르트’의 연출가 아드리안 오스몬드는 지난 7일 한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그는 28일에야 배우들과 첫 연습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해외 입국자의 2주 자가격리 의무 조치를 이달 초부터 시행하면서 영국 출신 오스몬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바로 경기도의 자가격리 시설로 향한 오스몬드는 22일 퇴소한 후 자신은 물론 프로덕션의 안전을 위해 일주일간 추가 자가격리도 했다.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힘든 격리 조치에도 오스몬드는 ‘모차르트’의 10주년 공연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컸다”고 설명했다.

6월 16일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렌트’도 상황이 비슷하다. 리바이벌 연출을 맡은 미국 연출가 앤디 셰뇨르 주니어는 지난 19일 한국에 들어온 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다음 달 3일 격리조치가 해제되면 이튿날 재검사를 받은 뒤 6일부터 연습에 합류할 예정이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2주 자가격리 조치에 공연계는 고민이 깊다. 사실 ‘모차르트’나 ‘렌트’ 같은 사례는 흔치 않아서 대부분의 해외 아티스트들이 내한을 포기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유럽 각국에서 정부가 이동중단 조치와 함께 해외 출국 자제권고 조치를 내린 탓이 크다. 7월 1일 예정됐던 베를린필 12 첼리스트는 독일 정부의 방침에 따라 한국·일본·중국·대만을 도는 아시아 투어 전체를 취소했다. 그나마 해외 출국이 허용되는 국가 출신의 아티스트들은 코로나19가 진정된 한국에 오길 바라지만 2주 자가격리는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특히나 공연 기간이 짧으면 더더욱 자가격리는 부담스럽다.

LG아트센터는 6월 9일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의 리사이틀과 6월 25~27일 영국 안무가 아크람 칸의 ‘제노스’ 공연과 관련해 아티스트들의 입국 문제를 계속 논의중이다. ‘제노스’의 경우 이미 무대 세트가 영국에서 한국으로 보내졌지만 아티스트의 자가격리 문제로 공연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진정세에 따라 5월 29일 공연 재시동을 거는 서울시향 역시 핀란드 출신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의 입국을 두고 고심 중이다. 외국인 협연자가 나오는 정기공연을 모두 취소한 서울시향은 협연자 없이 벤스케 감독이 지휘하는 이번 공연까지 취소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1~3일 정도의 내한공연을 마치고 떠나는 아티스트들과 달리 벤스케 감독은 단원 오디션 등 서울시향 조직 문제에도 관여하고 있어서 좀더 긴 기간 체류가 필요하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연습은 3일 정도 하지만, 격리 기간을 고려하면 공연 3주 전쯤 들어와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임시변통으로 원격 연출 사례도 등장했다. 7월 7일 개막하는 뮤지컬 ‘제이미’는 지난 2월 배우와 앙상블의 영상을 영국에 있는 연출가 조나단 부터렐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그대로 재현하는 레플리카 프로덕션인만큼 창작진이 직접 와야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오지 못하자 오디션은 물론 디자인 등 각종 제작 관련 영상을 주고받으며 진행하고 있다. 제작사 쇼노트 관계자는 “연습은 한국의 협력 연출가가 진행하되 중간중간 부터렐의 연출 지시를 받는 것을 고려중”이라면서 “코로나19 여파가 국제적으로 장기화할 경우 이런 원격 연출이 일반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경루 박민지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