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중학생 母 “아들이 본 건 ‘라이트노벨’…야한 책 아니었다”

입력 2020-04-28 14:28
숨진 학생의 어머니 정모씨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 홈페이지 캡처

수업 중 “야한 소설을 본다”는 교사의 꾸지람을 듣고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의 어머니가 “문제의 책은 ‘라이트 노벨’로 불리는 판타지 소설이었다”고 밝혔다.

숨진 학생의 어머니 정모씨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니고, 사람들하고 대화해도 대화를 하는 게 아니고, 숨을 쉬어도 쉬는 게 아닌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건 이후 1년여가 지났지만 아직 해당 교사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는 그는 “수업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 입으로 직접 듣고 싶다”고 했다.

사건은 지난해 3월 25일 경북 포항의 모 중학교에서 발생했다.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A군은 교사가 자율학습을 지시하자 소설책을 읽었고, 이를 발견한 교사가 책을 빼앗으며 “야한 책을 본다”고 꾸짖었다. 20분간 엎드려뻗쳐 체벌을 하기도 했다.

A군은 이후 다음 수업시간에 이동하지 않고 홀로 교실에 남아 있다가 “따돌림을 받게 됐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뒤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A군이 본 책은 ‘야한 소설’이 아닌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대중소설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해당 책이) 야한 책이라기보다는 판타지 소설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종류의 하나라고 알고 있다”며 “‘15세 미만 구독 불가’였고, 당시 저희 아이는 16세였기 때문에 읽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책이었다”고 강조했다.

정씨에 따르면 A군은 책을 빼앗아 교탁 앞으로 가는 교사에게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사는 삽화가 있는 쪽을 펼쳐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야한 책이야, 아니야”라고 물어봤다. 정씨는 “교사가 교탁 앞에서 ‘아이고, 아이고’ 이러면서 한탄 섞인 말도 했다”며 “애들이 ‘야해요’라고 대답하자 우리 애한테 ‘그럼 엎드려뻗쳐’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엎드려뻗쳐에서 끝났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그 상황에서 다른 애한테 ‘야한 게 더 없는지 찾아보라’고 했고, ‘야한 게 더 있으면 또 혼난다’고도 말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새 학기가 시작돼 등교한 지) 16일째가 되던 날이었다”며 “한창 민감한 시기에 아이한테는 학교 교실, 그게 세상의 전부이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A군이 충분히 수치심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는 취지다.

교사 B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6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1년 만이다. 그러나 정씨는 “(B씨로부터) 단순히 ‘죄송합니다’라는 영혼 없는 사과만 받았을 뿐”이라며 “20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우리 애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건지 선생님 입으로 직접 듣고 싶다”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