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CCTV설치”…중국정부 도넘은 자가격리 감시 ‘논란’

입력 2020-04-28 14:27
중국정부가 CCTV를 현관문 앞에 강제로 설치했다는 광저우 주민의 제보. 제보자가 배달온 음식을 받으려고 문을 열면 조명이 켜지면서 사진이 촬영된다. CNN 뉴스 캡처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가격리자 감시 명목으로 개인 사생활까지 통제한다고 CNN이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현관 앞, 심지어 집안까지 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중국 현지인들의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인 공무원 윌리엄 저우(가명)는 지난 2월 말, 고향인 안후이성에서 거처인 창저우시로 돌아와 자가격리 됐는데 다음날 그의 아파트 안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다고 주장했다.

카메라를 설치하는 지역 복지사와 경찰관에게 그는 “무얼 찍으려고 하느냐”고 물었고, 복지사는 스마트폰을 들어 영상을 보여줬다. 저우는 “거실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카메라에 선명하게 전송됐다”며 분노했다.

중국 춘시 주 정부가 공개한 자가격리 감시용 카메라(원 내부). 주민의 거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설치돼 있다. CNN 캡처

화가 난 저우는 집 밖에 배치하라고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경찰관은 ‘카메라가 훼손될 수도 있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그는 시 정부와 지역 전염병 통제센터에 전화로 항의했고, 이틀 뒤 지방 관리 두 명이 찾아와 ‘정부의 전염병 통제 노력에 협조해달라’며 설득했다. 그들은 “문이 움직일 때만 사진을 촬영할 것이며 평소에는 녹화하지 않겠다”고 저우에게 해명했다.

하지만 저우는 “혹시라도 내 대화를 녹음할까봐 통화도 할 수 없다”면서 “(카메라를) 내 집안에 설치하는 것은 엄청난 사생활 침해”라고 말했다. 저우는 “다른 격리자 2명의 집에도 카메라가 설치됐다”고 강조했다. 전염병 통제센터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저우가 제보한 감시카메라(원 내부) 모습. 현관문 바로 옆에 설치돼 집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CNN 캡처

자가격리자에 대한 도 넘는 감시는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아일랜드 출신인 34세 이안 라히프와 가족들은 중국 남부 지역을 여행한 뒤 베이징으로 돌아와서 2주간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라히프의 아파트 문 밖에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다. 아무런 예고 없이 설치된 카메라를 두고 그는 “엄청난 사생활 침해”이며 “대규모 데이터 수집인 것 같은데 과연 합법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라히프는 본인이 거주하는 외국인 주거단지에서 “카메라를 설치하러 온 사람이 앱을 이용해서 서른 곳 넘는 집의 현관을 감시한다"고 덧붙였다.

감시카메라에 대한 불만은 인터넷 포털에서도 확인됐다.

동부 도시 난징의 주민들은 당국이 방역 용도로 설치했다면서 장롱 등 집안에 설치된 카메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웨이보 사이트에 폭로했다. CNN의 해명 요청에 자치구 전염병 통제센터는 카메라 설치가 의무 규정은 아니라고 밝혔고, 일부 자치구들은 자체적으로 이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IHS 마킷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5억6700만대에 이르는데 이는 미국의 5배가 넘는다. CNN 캡처

IHS 마킷 테크놀로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3억4900만대로 미국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 중 자가격리자 감시용을 집계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제보자들과 온라인 게시물 및 이에 대한 정부 당국의 해명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2월부터 중국 전역에서 자가격리자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영국의 기술분석업체 컴페리테크가 분석한 감시카메라를 운영하는 세계 10대 도시 순위. 중국 도시가 8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CNN 캡처

중국에는 감시 카메라의 사용을 규제하는 특정한 법 규정이 없다. 이런 법적 허점을 뚫고 감시카메라는 공공장소를 넘어 집 현관, 심지어 집 안으로 침투했다. CNN은 중국 국가보건위원회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중국 모든 도시의 주거단지는 이웃위원회라는 곳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곳은 공식적으로는 주민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자치단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눈과 귀 역할을 하며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넘는 주민들을 감시하고 의심스러운 활동을 보고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중국 공무원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CNN 캡처

특히 코로나19 발병 이후로는 주거단지 내 전염병 통제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식료품을 문 앞에 전달하고 쓰레기를 대신 수거해가며 나아가 가정집을 대상으로 검역을 시행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오쩌둥 공산주의 시대의 유산이며, 현재는 첨단 기술과 빅데이터로 사회를 통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CNN은 경고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