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올림픽 폐회식·패럴림픽 개회식 취소 제안
“IOC·IPC 동의 및 입장권·중계권 처리 고민”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장이 “합동 개·폐회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패럴림픽 개·폐회식을 하나로 묶어 비용을 절감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한 온 인류의 승리를 그려내겠다는 계획이다. 즉, 올림픽 폐회식과 패럴림픽 개회식을 개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리 위원장은 364일을 순연한 올림픽의 추가 연기 가능성에 대해 “그때는 취소된다”고 단언했다.
모리 위원장은 28일(한국시간) 보도된 일본 스포츠지 닛칸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올림픽·패럴림픽 개·폐회식에 대해 “지금까지의 계획은 ‘평화 시기’에 쓰는 축제 이야기였다. 이제는 인류가 코로나19와 장렬한 싸움에서 승리해 극적으로 맞이하는 올림픽·패럴림픽이 될 것이다.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7명의 공연 연출팀이 올림픽·패럴림픽에서 각각 2회씩 모두 4차례 이뤄지는 개·폐회식을 ‘2부작’으로 제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올림픽 개막일에 올림픽·패럴림픽 합동 개회식을, 패럴림픽 폐막일에 합동 폐회식을 진행하는 방안이다. 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세계적인 위기를 극복한 메시지를 크게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이하 도쿄 조직위)의 구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모리 위원장도 자신의 의견을 “쉽지 않은 일”로 봤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동의 여부, 이미 판매된 올림픽 폐회식·패럴림픽 개회식 입장권과 방송 중계권 문제로 많은 장벽이 있다”며 “올림픽·패럴림픽이 사상 처음으로 연기된 중대성을 인지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2020 도쿄올림픽은 당초 오는 7월 24일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확히 364일을 연기한 내년 7월 23일에 시작된다. 이로 인해 올림픽 폐막일, 패럴림픽 개·폐막일도 364일씩 순연됐다. 1896년에 시작된 근대 올림픽은 지금까지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된 적이 있다. 하지만 연기는 도쿄올림픽이 첫 사례다. IOC와 도쿄 조직위는 비용 부담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모리 위원장은 올림픽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을 IOC가 분담할 가능성에 대해 “우리(도쿄 조직위)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정밀하게 조사해 양측이 수긍한 뒤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올림픽 연기에 따른 일본 내 비용 부담의 주체로는 도쿄도를 지목하면서 “도쿄도에 충분한 예산이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관내 휴업으로 인한 보상도 정부보다 도가 먼저 집행했다”며 “다만 정부에 부탁하고 싶다. 올림픽 연기 비용에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림픽·패럴림픽 개최국인 일본은 코로나19의 뒤늦은 확산세로 신음하고 있다. 백신 개발에 대한 확실한 소식도 전해지지 않아 올림픽·패럴림픽 재연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모리 위원장은 “재연기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과거에도 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해 취소됐다.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 어떻게든 (코로나19를) 억제해 내년 여름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세계가 바이러스에 승리하고 올림픽을 맞이하면 이전보다 몇 배는 값진 대회가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지금의 노력을 보상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