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부터 체벌을 당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중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가 가해 교사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머니 정모씨는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이가 소심하고 여려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는 사람들을 향해 “저희가 아는 아들은 활동적이었고, 사교성도 뛰어났고, 배려심이 있는 아이였다”며 “저희 아이와 사건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 정도를 못 견뎌서 자살하냐’는 댓글을 보며 상처를 많이 받았다. 더는 상처 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정씨의 아들 김모군은 지난해 수업 도중 “야한 책을 봤다”는 교사의 꾸지람을 듣고 체벌을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만하면 됐다. 징역형이 선고되지 않았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선생님이 진정으로 ‘제가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너무 죄송하다’며 상황을 설명하고 진정한 사과만 했더라면 한달 동안 아이를 차가운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았을 거다”라며 “심지어 학교는 학생들이 운구 행렬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거기서 두 번 죽임을 당한 것 같았다. 아들 사건으로 더는 상처를 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CCTV에서 확인한 아들의 살아생전 모습을 회상하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수업받는 걸 물끄러미 보더니 망설이는 듯이 5층으로 다시 올라가더라”며 “CCTV에 손을 넣어서 애를 붙잡고 놔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망설이는 동안 누군가 붙잡아 주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싶다. 많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 신진우 판사는 지난 26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포항 모 중학교 교사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에게는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5년 취업제한도 선고됐다.
A씨는 지난해 3월 25일 학교 수업시간에 자율학습을 지시한 뒤 김 군이 소설책을 읽자 “야한 책을 본다”며 20분간 엎드려뻗쳐를 시키며 체벌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다른 학생에게 선정적인 장면이 있는지 찾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김 군이 본 책은 중·고교생이 흔히 접하는 대중소설이었다.
김 군은 다음 수업시간에 이동하지 않고 홀로 교실에 남아 있다가 “따돌림을 받게 됐다”고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뒤 교실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신 판사는 “교사가 정서적 학대행위를 해 학생이 투신해 사망에 이른 사건으로 죄질이 무겁고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고려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점과 형사처벌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