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사격 사실을 부인하며 재판에서 꾸벅꾸벅 졸았던 전두환씨를 향해 비판이 쏟아졌다.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27일 MBC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재판에서 헬기 사격 사실을 부인한 전씨를 향해 “전씨는 실제로 총알을 맞고 현재까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다고 부정한다”며 “하지만 헬기 기총 소사를 증명하는 명확한 증거들이 엄청 많다. 전씨 논리는 정말로 궤변이다”라고 반박했다.
조 신부는 이어 “제발 좀 회개하고 뉘우치라고 마음으로 간절히 바랐지만, 뉘우침이 오늘도 전혀 없더라”며 “그가 광주 시민들에게 저질렀던 엄청난 만행과 오늘 재판이 갖고 있는 역사적인 중요성을 생각하면 어떻게 저렇게 졸고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간적으로 양심이 얼마나 무딘가.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 ‘나는 죄가 없다’는 자기 최면에 걸려 있는 것인지 그렇게 졸고 있는 모습에 더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전씨가 그동안 측근들과 골프를 치고 신군부 출신들과 오찬을 즐긴 것에 대해서는 “정말 이 사람은 일말의 양심도 없는 사람이구나. 그 옆에 사람들도 너무 못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심지어 전씨는 그동안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지금까지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이 우롱을 당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우리 광주시민들은 그만큼 더 아픔을 겪었다”고 했다.
“재판 이후 규명돼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조 신부는 “광주 시민들이 당시 정말로 평화롭고 질서 있게 민주화 운동을 했다. 하지만 전두환 군부세력은 권력 찬탈을 위해 광주를 타깃으로 삼고 엄청난 만행을 저질렀다”며 “진상을 밝혀내서 광주의 명예를 회복하고, (시위자들이) 폭도가 아니었다는 걸 밝혀내야 한다. 더는 광주를 폄훼하고, 광주를 폭도로 모는 역사는 일어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자기가 했던 행위를 모조리 부인하고 적반하장했다. 전두환은 여전히 사과와 반성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엄벌에 처하는 것 외에는 다른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 운동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파렴치한 거짓말이다”라고 주장했다. 고(故) 조비오 신부의 유족은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전씨는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27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출석해 “내가 알기론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전씨는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