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에 적힌 ‘대통령 트럼프’… 야당 금지법 추진

입력 2020-04-28 06:41 수정 2020-04-28 08:40
7000만명에게 ‘대통령 트럼프’ 새긴 수표 지급
민주당 “트럼프, 펜데믹도 선거에 이용” 반발
‘트럼프 이름 못 넣는다’ 금지법 제정 추진

미국 국세청(IRS)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아 수표를 지급받는 미국인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기재된 편지를 보내 논란이 됐다. 빨간 네모 칸 안에 ‘PRESIDENT DONALD J. TRUMP(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라는 글씨가 보인다. 미국 민주당은 미국인들에게 지급되는 수표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넣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미국인들을 위해 지급되는 수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것과 관련해 미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첫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내표는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인들을 제공되는 수표에 앞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머 원내대표가 준비 중인 법안의 이름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회복에서 정치 금지 법안(No PR Act)’이다. 이 법안은 앞으로 미국인들에게 지급될 수표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이름, 사인, 얼굴 모습 등이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AP뉴시스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는 불행하게도 펜데믹 상황을 정치적 이익을 촉진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로 보는 것 같다”면서 “정치 금지법안은 자신의 재선 운동에 도움을 주는 홍보를 위해 납세자의 돈을 이용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로 극심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지급되는 수표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올해 11월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경기부양 자금이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돈으로 선심을 베푸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약 7000만명의 미국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수표를 지원금을 받고, 최소 8000만명은 온라인 송금 방식을 통해 은행 계좌로 돈을 받을 예정이다. 앞으로는 이런 행위를 막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의도다.

지금까지 정부 발행 수표에는 재무부 서명만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수표 발행자가 아닌 메모란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기재된 것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논란이 발생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미국인들을 돕기 위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성인에겐 1인당 1200달러(약 145만원), 자녀 1인당 500달러(약 61만원)를 수표나 온라인 송금 방식으로 지급키로 했다.

민주당은 수표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넣는 탓에 수표 발송이 지연됐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도 문제 삼고 나섰다.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이름을 기재하기 위해 수표 발행을 늦춘 것은 시간과 돈의 낭비”라고 비판했다.

상원 재무위 민주당 간사인 론 와이든 의원은 “(경제부양) 수표는 집 월세를 내고 식료품을 사기 위해 발버둥 치는 미국인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자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와이든 의원은 지난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앞서 WP는 수표 좌측의 메모란에 재무부 서명으로 ‘경제 영향에 따른 지급’이라는 설명이 들어가고, 그 아래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기재된다고 보도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수표 발행자에 자신의 이름을 넣기를 원했지만 지금까지 정부 발행 수표는 당파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무부 서명이 들어가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혀 한발 물러섰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수표와 별개로 지원금을 받는 이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편지도 재무부 산하 국세청(IRS) 발로 발송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