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측 “검찰 공소사실은 ‘드루킹’의 스토리텔링”

입력 2020-04-27 19:33

김경수 경남도지사 측이 항소심 재판부 교체 이후 이뤄진 첫 변론에서 “특검의 공소사실은 ‘드루킹’ 김동원이 의도적으로 만든 스토리텔링”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27일 김씨와 공모해 포털의 댓글 공감·비공감 표시를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된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을 프레젠테이션(PT) 변론 형식으로 진행했다.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 때 재판부가 교체된 이후 사실상 재판을 새로 시작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김 지사 측은 이번 사건의 본질에 대해 “김씨가 통상적 지지활동을 빌미로 범행을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게 되자 앙심을 품고 김 지사를 공범으로 옭아매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측근의 오사카 총영사 추천을 김 지사에게 요청했다가 거절당했고, 이후 형사처벌을 받게 되자 무죄를 받을 목적으로 김 지사를 끌어 들였다는 취지다.

김 지사 측은 김씨를 가리켜 “자미두수(점성술의 일종)나 역학에 심취한 스토리텔러”라며 “하나를 가지고 열이나 백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 경기도 파주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에 방문한 하나의 사실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며 “무슨 영화 시놉시스 같다. 각 인물마다 역할을 부여하고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디렉팅(연출)을 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 측은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댓글조작 매크로 ‘킹크랩’의 시연을 실제로 봤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가 킹크랩 초기 버전을 본 뒤 고개를 끄덕여 개발을 승낙했다”는 김씨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김 지사가 ‘뭘 이런 걸 보여주고 그래’라고 했다”는 등의 불리한 증언을 했다. 그러나 김 지사 측은 “김씨가 혼자 영화 한 편을 찍고 있다”며 “김 지사는 자주 본 사람에게도 반말을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김씨와 김 지사가 댓글조작 범행의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김씨는 댓글조작 범행 현황과 진행 방향을 김 지사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했고, 김 지사는 직접 기사 댓글 동향을 체크하고 관련 기사를 김씨에게 전송했다”고 했다. 특검은 김 지사와 김씨의 텔레그램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김 지사가 기사 주소를 보내면 김씨는 마치 대기하던 사람처럼 ‘처리하겠다’고 하고, 김 지사는 별다른 응답을 안 했다”며 “서로 무엇을 처리할지 이미 잘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교체 전 재판부는 지난 1월 공판에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사실이 상당 부분 증명됐다”고 잠정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새 재판부는 특검이 킹크랩 시연이 있었다고 주장한 당일 김 지사의 시간대별 행적에 대해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며 다시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지사 측은 재판이 끝난 뒤 “예전 재판부가 게시한 심증과는 조금 다른 국면으로 흐르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