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참 고약해’ 코로나 100일 풀지 못한 미스터리들

입력 2020-04-27 17:58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28일로 100일째를 맞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낯설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를 “알아갈수록 교묘하고 고약한 바이러스”라고 표현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방역망을 흔들며 1만여명의 확진자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코로나19의 주요 특성은 크게 3가지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7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무증상기에 전염이 된 사례도 있지만 유증상기보단 전염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무증상기 전파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후 무증상기 전파력을 점차 인정하기 시작했다. 확진자의 증상 발현일로부터 하루 전에 접촉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틀 전 접촉자까지도 역학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도 했다.

문제는 ‘무증상’을 구분짓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무증상인지, 초기 경증이라 감염을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를 두고 논란도 있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감염시기를 딱 잘라 구분하기 애매해 방역에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여기에 증상 초기에 돌연 전파력이 높아지는 예외적인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호흡기 증상만 동반하지 않는다. 국내외로 후각이나 미각 둔화 증세가 나타난다는 보고가 잇따른다. 대한소화기학회는 설사, 구토, 복통 등 소화기 증상도 동반된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선 확진자가 혈액응고 증세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완치 후 후유증도 의문이다. 김인철·한성욱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지난 17일 급성 심근염 증상을 보인 20대 여성 확진자 사례를 공개했다. 심근염은 심장근육에 염증이 생겨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환자는 완치 후에도 심장기능이 손상돼 약물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완치 후 폐섬유화나 인지 장애, 우울증 등의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최장 기간 입원한 31번째 환자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항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두고 코로나19가 감염 후 항체가 역할을 못하는 만성질환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항체의 특성을 밝혀내는 것은 코로나19의 재유행을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까지 항체가 버텨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체 형성률·방어력이 매우 낮고, 생존기간도 짧다면 그만큼 사태 종식은 더 멀어질 수 있다.

재양성자 증가 추세는 항체에 대한 기대를 점점 떨어뜨린다. 항체가 약해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국내 재양성자는 27일 기준 268명까지 불어났다. 지난 25일엔 대구의 80대 여성 완치자가 퇴원 후 한 달 만에 숨졌는데, 사후 검사에서 재양성 판정을 받았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