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5분, 자기자랑 2시간…트럼프의 브리핑 활용법

입력 2020-04-27 17:4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포스트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거의 매일 진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서 자화자찬과 정적 공격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16일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35차례의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6일(현지시간) 전했다.

해당 기록은 데이터 분석업체 팩트베이스(Factba.se)에서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분석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24일 약 3주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총 13시간을 발언했는데, 이 중 남을 공격하거나 자신과 정부를 칭송하는 데에 각각 2시간, 45분을 소비했다.

반면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추모한 시간은 고작 4분 30초 뿐이었다.

그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등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라고 내세우는 데에는 2배인 9분이나 사용했다. 검증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만류도 소용 없었다.

워싱턴포스트 캡쳐

이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총 346개의 질문에 답했는데, 이 중 30%가 넘는 113회의 답변에서 남을 공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전체 발언의 약 25%에서 거짓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가 발견됐다.

그의 총 발언 시간은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TF 조정관이나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최근 22회의 브리핑에서 벅스 조정관과 파우치 소장의 발언 시간은 각각 약 6시간, 2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응책 브리핑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WP는 전체 분석결과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를 표출하고, 의심스럽고 위험하기까지 한 의학적 조언을 건네거나, 자신과 정부에 대한 자화자찬을 늘어놓기 위해 백악관 연설대를 사용했음을 확인했다”며 “정확한 의학 정보를 제공하거나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대신 정적을 공격하고 자신과 지지자들을 찬양하는 데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백악관의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유세처럼 변했으며, 일부 정부 당국자 및 공화당원조차 백악관 브리핑이 오히려 재선에 해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WP는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