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요 경제단체장과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업계의 애로 사항을 듣고, 고용 유지를 당부했다. 회의에는 홍 부총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단 6명만 자리했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이런 회의는 배석자가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데 오늘은 (배석자) 없이 회의를 진행하기로 해서 관계자들은 모두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업계의 애로를 허심탄회하게 듣고 긴밀하게 협조를 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위기 극복과 고용을 위한 경제단체장 간담회’는 29일 예정된 첫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앞두고 업계의 건의를 모으는 자리였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한 정부 정책 등을 설명했고 참석자들은 기업 지원 방향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원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기업 관련 일부 규제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재정이 빨리 집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신속한 지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주 무협 회장은 “노동과 환경 관련 규제를 1~2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코로나19로 기업들도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통계 의무휴업일 등과 같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외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을 위한 법안 개정 등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 유지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졌지만 상당한 입장차가 확인됐던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업의 고용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경제단체장은 고용 유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기업이 구조조정을 해서라도 남아야 하는데 인력 감축을 못 하면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항공, 호텔, 유통 등 서비스 업계는 같은 날 오전 대한상의 주최로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코로나19 대책 회의를 열고 세금 감면 등을 요청했다. 김광옥 한국항공협회 총괄본부장은 “국적사 항공기 재산세를 100% 감면해달라”고 했다. 정오섭 한국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관광호텔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관련 지자체 조례 개정 조치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는 지자체의 교통유발부담금 산정 기준을 현실화해 줄 것과 복합쇼핑몰 입지규제와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건설업계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신속 추진 등을 주문했다. 백승필 한국여행협회 상근부회장은 고용유지지원금 수준을 10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주화 권민지 박구인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