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준 ‘성추행’ 목격한 노도희 “벗기려는 의도없어” 증언

입력 2020-04-27 16:41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왼쪽 사진)과 노도희. 뉴시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노도희(25) 선수가 동성 선수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동료 임효준(24·고양시청) 선수를 두둔하고 나섰다.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노도희 선수는 “알려진 것과 달리 황대헌 선수의 성기가 노출되지 않았다. 바지가 조금 내려가 엉덩이 살이 조금 보인 정도였다. 제가 봤을 때 (임효준 선수가) 바지를 벗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27일 아시아뉴스통신에 말했다.

목격자일 뿐인 본인이 인터뷰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이 부풀려지고 점점 커지더라. 외부로 알려진 것들 중 사실이 아닌 부분도 많고, 너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았으면 하는 마음에 무섭고 두렵지만 용기를 냈다”고 했다.

사건은 지난해 6월 17일 진전선수촌에서 일어났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암벽 등반 훈련 도중 임효준 선수가 다른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후배 황대헌(21·한국체대) 선수의 바지를 내렸다. 이후 황대헌 선수는 선수촌과 대한체육회에 임효준 선수를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임효준 선수는 그해 8월 8일 빙상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11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징계가 확정됐다. 징계와 별개로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서 임효준 선수는 황대헌 선수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받았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 뉴시스

노도희 선수는 “훈련 중간 잠깐 쉬던 상황이었다. 그 일이 벌어진 뒤에도 평소처럼 다시 이야기 나누고 웃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위험하거나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황대헌 선수의 기분이 어땠을지는 제가 감히 느끼지 못했겠지만 당시 분위기는 엄청 좋았다”고 회상했다.

노도희 선수는 임효준 선수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이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기를 모든 선수들이 바라고 있다. 임 선수가 처벌받길 원하지 않는다. 황대헌 선수가 임 선수의 사과를 받아줬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둘이 친하게 지냈고 훈련도 같이 했는데, 좋게 끝나서 모두가 예전처럼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노도희 선수의 인터뷰가 공개된 뒤 여론은 썩 긍정적이지 않은 모양새다. 성추행 사건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건 피해자의 입장인데, 제3자가 나서서 왈가왈부하는 건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솔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