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의 이른바 PC방(넷카페) 난민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조치에 따라 PC방들이 휴업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행정당국이 숙박시설을 무상 제공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정확한 실태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여서 관계자들이 난처해하고 있다고 니시니혼(西日本)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니시니혼과 인터뷰한 넷카페 난민은 PC방이 일제히 휴업한 이번 달 중순 이후로 시내 노상생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3일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면서 낮 시간에는 하루 일감을 찾아 다니고, 이후에는 후쿠오카 시내의 공원을 떠돌며 시간을 보낸다.
그는 1주일에 한 번, PC방에서 알게 된 지인 집에서 목욕을 한다. 이 남성은 밤이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구름다리 밑이나 지하철 계단에서 잠을 청하지만 온몸이 아프고 추워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니시니혼은 전했다.
웨딩홀 업체에서 정사원으로 일하던 이 난민은 30세에 이혼해 아내, 딸 2명과 헤어졌다. 이후 원자력 발전소나 건설 현장의 일용직으로 전국을 전전하다가 2012년 무렵부터 PC방에서 숙박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남성은 “한 달에 17만 엔(약 194만원) 정도 벌었는데 2월 이후는 코로나 때문에 일감이 급감했다”면서 “가진 돈은 30엔이 전부인데 앞으로가 막막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고 니시니혼은 보도했다.
PC방 난민은 도쿄도에서만 약 4000명으로 알려졌다. 도쿄의 담당 공무원은 “어디까지나 추정치이며 자세한 숫자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시내의 PC방 난민 실태에 대해 후쿠오카시 당국은 “가게들이 ‘몇 명 있다’ 정도로 답해와서 실태는 모른다”고 답했다고 니시니혼이 전했다.
도쿄나 오사카, 카나가와현은 비즈니스 호텔이나 민박의 맨션을 빌려 유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지원책에 나섰다. 후쿠오카현도 공공시설을 1박 1700엔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정지원을 PC방 난민들은 이용하기 꺼린다. 니시니혼의 인터뷰에 응한 노숙인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식 등에게 연락이 가서 본인이 노숙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따라서 PC방 난민들은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 인적이 드문 곳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일본정부가 약속한 10만엔(약 114만원) 현금 급부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니시니혼은 전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