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재판에서도 계속 꾸벅꾸벅 졸았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19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강변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27일 다시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89) 전 대통령은 계속 혐의를 부인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는 이날 오후 1시 57분부터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재판에 13개월만에 출석했다. 법정엔 부인 이순자씨가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했다.
재판은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청각 보조장치를 착용한 그는 이순자씨의 도움을 받아 생년월일과 직업, 거주지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직업을 묻는 질문에는 “무직이다”고 답했다.
이후 전씨는 눈을 감고 있다가 재판장이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눈을 뜨며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전씨는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던 그는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가 고(故) 조비오 신부의 5·18 기간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영상·사진 자료를 제시할 때는 유심히 바라보기도 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부인 이씨와 함께 승용차를 이용해 광주로 향했다. 오후 12시 19분쯤 광주지법에 도착해 건물 안으로 걸어가던 중 취재진이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물었으나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역사 왜곡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법원은 이미 전씨의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확정했다”며 “사법적 판단이 끝난 일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역사와 진실을 부정·왜곡하는 전씨를 법정 구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지난 해 3월11일 인정신문을 위해 재판에 출석한 이후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장이 바뀌면서 공판 절차를 다시 밟기 위해 출석했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