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27일 국민일보 주최로 열린 ‘n번방 사태 특별포럼’ 기조연설에서 “‘n번방’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등 디지털 성범죄의 실상은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한 단면”이라면서 “피해자 중 아동과 청소년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참담하고 매우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n번방 등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성폭력에 대처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마련한 대책을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법정 형량이 낮고 관대한 처분이 내려져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정부는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처벌 및 범죄수익 환수, 신상 공개 등 가능한 법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디지털 성범죄물을 제작하거나 판매하고 광고하는 행위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성범죄 양형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판매해 유죄가 확정된 경우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가 성립되는 의제강간 연령도 13세에서 16세로 높아진다. 이 장관은 “온라인 그루밍 등을 통해 청소년을 유인하거나 협박,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 규정이 없었다”면서 “온라인 그루밍, 성적 영상물 유포 협박이나 촬영 강요 행위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동시에 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연령을 16세로 높여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성매수에 연루된 청소년을 피해자로 규정해 보호하고,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을 ‘성착취물’로 규정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피해자 보호 및 사회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성착취물을 보거나 소지하는 행위도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성착취물을 소비하는 행태를 근절시키겠다”면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고, 공포나 두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만들어 확실하게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