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선타고 7000㎞ ‘귀향 항해’…용감한 네덜란드 10대들

입력 2020-04-27 15:52
쿠바에서 출항한 25명의 네덜란드 고등학생들이 범선 ‘와일드 스완호’(Wylde Swan)을 타고 네덜란드 하를링언항에 무사히 도착하며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힌 네덜란드 고교생들이 쿠바에서 범선을 타고 7000㎞ 대서양을 횡단해 고향으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로이터통신·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전날 25명의 네덜란드 고등학생들은 60m 길이의 범선 ‘와일드 스완호’(Wylde Swan)을 타고 네덜란드 하를링언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쿠바에서 출발해 7000㎞ 거리의 대서양을 건넌 5주 동안의 항해였다.

평범한 10대 청소년들이 용감한 항해에 나선 건 다름 아닌 코로나19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 쿠바에서 6주간의 범선 체험을 하던 이들은 프로그램의 절반가량이 지났을 무렵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했다. 긴급하게 귀국을 타진했지만 네덜란드행 항공편은 모두 결항된 상태였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범선 ‘와일드 스완호’(Wylde Swan)을 타고 네덜란드 하를링언항에 도착한 네덜란드 고등학생들이 저마다 기쁨에 겨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범선 ‘와일드 스완호’(Wylde Swan)가 네덜란드 하를링언항에 들어서자 가족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EPA 연합뉴스

결국 주최 측은 범선 체험을 하던 ‘그 배’를 타고 귀향하기로 결정했다. 12명의 노련한 선원과 3명의 교사가 5주 동안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는 판단에 내린 결단이었다. 그들은 본격적인 출항에 앞서 카리브해 세인트루시아섬에서 옷과 식량 등 물자를 실었다. 학생들은 열대성 기후에 대비해 짐을 싼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학생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가진 옷으로 (대서양 횡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배에 음식이 충분한가였다”고 긴 항해를 회상했다. 또 다른 학생도 “항해 중 한 가지 어려움은 40명의 사람과 가까운 곳에 갇혀 있었고, 사생활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범선 ‘와일드 스완호’(Wylde Swan)을 타고 집에 도착한 네덜란드 고등학생들이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하지만 용감한 10대들은 배 안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등 뛰어난 적응력을 선보였다. 코로나19가 만든 예기치 못한 위기에도 굴하지 않은 것이다. 주최 측은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배웠으며 특히 정상적으로 학교 수업도 이루어졌다. 사실 이들 학생이 네덜란드에 있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많이 배웠을 것”이라고 했다.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연호하며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25명의 학생은 무사히 뭍을 밟고, 그립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