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서정시 부재의 위기시대에 한국교회를 앞장서서 섬기기고 있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최근 ‘꽃을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 라는 서정시집(시선사 간)을 발표하여 신선한 화제가 되고 있다. 소강석 목사는 바쁜 목회사역 중에도 틈틈이 하나님이 주신 문학 재능을 살려 1995년 ‘문예사조’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그대 지친 옷깃을 여미며’, ‘다시 별 헤는 밤’ 등 10여 권의 시집과 40여 권의 저서를 발표, ‘윤동주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작품은 시선사가 기획한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 중 47번째 시집이다. 시선사의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은 현대인들의 서정성 회복을 위한 시선으로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필자는 저자께서 보내온 제5부 98편으로 구성된 신작시집을 단숨에 음미하면서 그의 시에서 ‘그리움’ ‘사랑’이 어떻게 교감하며 대위를 이루는지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소강석 시인의 이번 시편들은 그리움과 사랑의 시어로 직조되어 있다. 생각해보면 서정시에 있어서 그리움과 사랑의 정서만큼 적절한 것도 달리 없을 성 싶다. 소강석 시에서 주목할 것은 서정성을 노래하기 위해 그리움과 사랑의 정서를 빌려온 것이 아니라, 그리움과 사랑의 정서를 노래하다보니 자연히 서정적인 음률을 지니게 되었다는 점이다. 소강석의 시에서 그가 노래하는 그리움은 궁극적으로 사랑을 지향하고 있으며 사랑으로 승화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소강석의 그리움은 세속적인 사랑을 초월하여 신앙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그 무엇이다.
지면 관계로, 한 편의 시 ‘그대가 그리움이라면’을 감상해 본다. “섬과 섬 사이에 다리를 놓지 말라 / 산과 산 사이에 길을 내지 말아야 하듯이 // 산은 산대로 섬은 섬대로 그대로 있게 하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콘크리트로 연결하지 말라 // 사람과 사람 사이엔 사람이 있어야 하듯 / 섬과 섬 사이에는 그리움이 있어야 하고 / 산과 삼 사이에는 사랑이 있어야 하나니 // 그대가 나의 그리움이고 사랑이라면 / 제발 그대로만 있어 주오 / 나에게도 그대로 있게 해주오.”
인류 문학의 원형인 서사시(epic)는 서정적 음률(lyric)을 기조로 하고 있다. 즉 서정성은 모든 문학과 예술의 기초이자 출발이란 점에서 그 존재의 중요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서정성이 결여된 시는 시가 아니듯이, 서정적인 정서가 결려된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이처럼 서정적인 정서는 하나님이 우리 인간에게 주신 고귀하고 순수한 감정이다. 죄로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은 우리의 망가진 서정적인 정서도 회복해 주셨다. 소강석의 시처럼 아름다운 서정시의 효용이 여기에 있다.
김성영(전 성결대학교 총장·시인)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