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감독 “‘파수꾼’보다 10배는 힘들었다”

입력 2020-04-27 15:06 수정 2020-04-27 16:15
윤성현 감독. 넷플릭스 제공


데뷔작이었던 저예산 독립영화 ‘파수꾼’(2011)으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윤성현 감독이 9년 만에 100억 규모 상업영화로 돌아왔다. 바로 화제의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극장 대신 넷플릭스로 직행해 법정공방에 휘말렸던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23일 전 세계 팬들을 만났다. 27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윤 감독은 “신작을 선보이기까지 9년이 걸렸는데, 공개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운을 뗐다.

‘사냥의 시간’은 새 삶을 위해 불법 도박장을 턴 청년 4명이 의문의 사냥꾼 한에게 쫓기는 과정을 풀어낸 서스펜스 스릴러다. ‘파수꾼’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제훈 박정민을 비롯해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가 출연한다. 저마다 충무로 스타들다운 연기력으로 극을 숨 막히게 끌고 가는데, 특히 추격자 한 역의 박해수가 별다른 대사 없이도 강렬한 카리스마로 극을 꾸민다.

극은 한 고교생의 죽음을 놓고 친구들 사이에 있었던 일을 파고든 ‘파수꾼’과는 전혀 다른 장르극이기도 하다. 새 작업을 열망한 결과였다. 윤 감독은 “‘파수꾼’을 비롯해 지금껏 쓴 시나리오는 모두 대사 위주의 드라마였다”며 “직선적 이야기를 이미지와 사운드 등 영화의 본질적 요소에 집중해 풀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냥의 시간' 스틸. 넷플릭스 제공


한국영화로는 흔치 않은 디스토피아적 배경이 독보적이다. 거리에는 정리해고를 규탄하는 시위대와 빈민들이 넘쳐난다. 계층상승 사다리가 무너져 청년들은 범죄로 내몰린다. 윤 감독은 “젊은이들이 한국 사회를 지옥에 빗댄 표현들을 보며 ‘생존’에 관한 문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헬조선’의 은유는 윤 감독이 어린 시절 겪은 IMF 외환위기와, 화폐가치가 바닥에 떨어진 남미를 여행했던 당시의 기억을 버무려 만들었다.

윤 감독은 “‘파수꾼’보다 10배는 힘든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국내에서 많이 기획되지 않았던 배경의 영화인 터라 노하우도 적었기 때문이다. 윤 감독은 “신도시의 특이한 건물들을 찾았고, 몇 주간의 세팅을 거쳐 폐허적 느낌을 구현했다. 또 배우들의 머리 위로는 전부 CG를 통해 만들었다”며 “90~100억의 예산이 큰 듯 보여도, 서스펜스 영화를 찍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순발력이 필요했다”고 떠올렸다.


'사냥의 시간' 스틸. 넷플릭스 제공


덕분에 긴장감은 넘친다. 다만 서사에 대해서는 평이 엇갈린다. 캐릭터 전사가 적고, 주인공들을 쫓는 거대한 세력에 대한 단서가 회수되지 못한 채 극이 끝나서다. 의도한 스토리텔링이었다는 설명이다. 윤 감독은 “청년들이 느끼는 ‘진실의 제한’을 표현하고 싶었다. 요소들을 구체화하지 않고 암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령 한의 경우 몸에 난 상처의 형태나 총 파지법, 귀를 잘라 모으는 설정에서 용병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꽉 찬 사운드도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 ‘히트 메이커’인 프로듀서 프라이머리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윤 감독은 “‘사냥의 시간’은 사운드가 전부인 영화”라며 “음악은 물론 총성, 호흡과 비행기 소리 등 수많은 소리를 꼼꼼하게 만드는 데 공들였다”고 강조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