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간호사는 책임감에 펑펑 울었다” 명지병원 이사장의 글

입력 2020-04-27 14:55
명지병원 음압격리병실. 명지병원 제공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고양 명지병원 간호사 2명을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병원 상황과 대처를 알리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이 이사장은 26일 자신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명지병원이 코로나와 전쟁을 시작한 지 94일만에 내부 희생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지정격리병동을 전담해 오던 간호사 중 2명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돼 확진 판정 후 명지병원 격리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어제까지 돌보던 환자들 옆에서 본인들이 격리 치료를 받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행히도 격리병동의 나머지 의료진 45명은 모두 음성으로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확진 간호사 2명 중 1명이 주임 간호사인데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해서 책임감 때문에 너무 펑펑 울었다고 한다”며 “절대 자책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제공. 이왕준 이사장 페이스북

이 이사장은 “2월 말 대구·경북 지역에서 환자가 폭증하면서 명지병원에도 전원 된 환자들이 늘어났다”며 “여기에서 9명의 환자만을 보기 위해 완전 전담으로 일하는 의료인력이 43명이다. 간호사 34명, 간호조무사 5명, 전담 레지던트 2명, 전담 주치의 교수 2명”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를 지원하는 다른 행정 및 의료지원 인력은 별도이고 협진하는 심장내과 등 교수 인력도 별도”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들의 피로도가 100일이 다 되어 가면서 급속도로 쌓이고 있다”며 “변명 같긴 하지만 이번 간호사들이 격리병동 내에서 배달된 도시락을 같이 까먹으면 안 되는데 모여서 식사한 것은 일종의 작은 수칙 위반이다. 식사 때 2명이 상호 전염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역학조사에서 밝혀졌듯 이 간호사들은 거의 집과 병원만을 오갔고 모두 혼자 자취 생활중이었다”며 “지난 몇 개월 동안 자가격리 수준으로 병원과 집을 오가며 일하다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직원들이 너무 안쓰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이사장은 “언론을 통해 사실을 알기 전 병원 측에서 통신문을 돌리고 상황을 공유했다”며 “격리병동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는 의료진은 원칙적으로 다른 일반 병동의 환자 진료를 하지 않으며, 출입동선은 물론 본관 병원건물과도 완전 차단돼 있고 안전하게 관리되므로 동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병원의 상황은 평온하다. 환자들과 지역주민들의 신뢰에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치료를 시작한 2명의 간호사에게 큰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앞서 경기도 고양시는 덕양구 명지병원 내 코로나19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6일 알렸다. 이들은 고양시 37·38번째 확진자로 관리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특이증상은 없었으며 현재 명지병원 격리병상에 입원해 치료 중이다.

서지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