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술렁이는 평양 엘리트들…쌀·담배 사재기 극성”

입력 2020-04-27 14:5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며칠째 종적이 묘연한 가운데 평양에서 사재기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주민들 사이에서 북한 최고지도자가 오랜 기간 수도를 비운 사실이 퍼지자 불안 심리가 증폭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북한 정권을 떠받치는 엘리트들이 모여 사는 평양에서 지난 8년여 통치해온 김 위원장이 현재 가망이 없는 상태인지를 놓고 여러가지 설이 오가고 있으며, 불안한 심리가 퍼지면서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 주민들이 세제부터 쌀, 술, 전자제품까지 모든 것을 사재기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수입품 위주로 사들이다가 며칠 전부터는 생선 통조림과 담배 등 자국 제품도 사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그러면서 평양은 헬리콥터들이 저공비행 중이며, 북한 내 열차와 중국 국경 밖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북한 평양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속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기사를 쓴 애나 파이필드 WP 베이징 지국장은 그간 북한 지도자의 사망설이 가짜로 밝혀진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을 돌아보며 북한이 발표하거나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건강 상태를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에 떠도는 루머에서는 김 위원장이 심장과 관련해 어떤 수술을 받았다는 점만큼은 확고히 자리 잡고 있어 여느 때와는 상황이 좀 달라 보인다고 덧붙였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오랫동안 북한을 취재해 관련 분야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뭔가 잘못됐다”는 추측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집권 9년째를 맞은 그가 어느 정도 자신감 속에서 자신만의 행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하지만 그는 김씨 백두혈통이 3대째 다스려온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했을 경우 파장은 가늠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로한 상태에서 후계자를 지정해놓고 사망한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젊은 나이의 김 위원장이 사망한다면 후계자가 누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확실한 남자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유일하게 확실한 후보이지만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약점이라고 했다. 그는 “김여정이 어떻게 북한의 지도자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어떻게 지도자가 안 될지도 모르겠다. 다른 누군가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