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책 쓴 WP지국장 “김정은 없는 평양, 사재기 극성”

입력 2020-04-27 14:39 수정 2020-04-27 14:56
北 오래 취재한 WP 베이징지국발 보도
김 위원장 부재 알려지면서 사재기(panic buying) 발생
상공엔 헬기 저공비행, 열차도 운행 차질
北매체 “金, 원산관광지구 건설 근로자에 감사”
한국 정부는 “특이동향 없다” 반복

북한 평양 시민들이 지난달 30일 코로나19 감염 우려 속에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비운 사이 주민들이 쌀과 담배 등을 사재기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행방을 둘러싼 여러 추측이 난무하면서 평양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것이다.

‘마지막 계승자’라는 김정은 책을 쓴 애나 파이필드 WP 베이징지국장은 김 위원장의 부재가 북한 엘리트들이 주로 사는 평양에도 알려지면서 쌀, 술, 세탁세제, 전자제품 등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WP는 “그들은 먼저 수입품을 챙기기 시작했고 며칠 전부터는 생선 통조림이나 담배 같은 자국 상품도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평양 상공에서 헬기가 저공 비행을 하고, 북한 내 열차와 중국 국경 밖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를 쓴 애나 파이필드 WP 베이징 지국장은 오랫동안 북한을 취재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평양에 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김 위원장은 이날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미국 CNN방송이 지난 20일(현지시간)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보도한 이후 그의 행방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뉴시스

WP는 김 위원장의 행방은 북한이 발표하거나 그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도 사망설이 불거졌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뭔가 잘못됐다거나 코로나19를 피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집권 9년째를 맞은 김 위원장이 자신감 속에 자신만의 행보를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6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현지지도 모습. 뉴시스

김 위원장은 현재 자신의 별장이 있는 강원도 원산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평양에 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이 소식이 다음날 북한 관영매체에 보도된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27일 김 위원장이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에 참여한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사진은 없는 동정 수준의 보도였다. 갈마해앙관광지구는 당초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에 맞춰 완공될 예정이었는데 아직 완공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이 일정도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통일부는 이날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확인할 내용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계속 동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선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7일 기준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신고했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