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관련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9)씨가 27일 광주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3월 11일 피고인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한 지 1년여 만이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25분쯤 부인 이순자(83) 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정오 무렵인 오후 12시19분쯤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출발할 당시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나 차에서 내릴 때는 모자를 벗고 마스크만 쓰고 있었다.
전씨는 승용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걸어갔으며 특별히 거동이 불편한 기색은 없었다.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할 예정인 부인 이씨도 법정으로 함께 들어갔다.
이날 법정으로 이동하는 도중 질문이 쏟아졌지만 전씨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물었으나 전씨는 시선도 주지 않고 경호원의 뒤를 따랐다.
지난해에는 경호원의 제지를 받던 취재진이 가까스로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질문하자 전씨는 “왜 이래”라고 소리치고 법정으로 걸어갔다.
한편, 5·18단체는 법원 정문과 후문 등에서 전씨의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소복을 입은 오월어머니집 회원들과 5·18 단체 관계자들, 일반 시민들은 전씨가 들어간 후에도 5·18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사죄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죄수복을 입은 전씨가 무릎을 꿇고 묶여있는 모습을 묘사한 이른바 ‘전두환 치욕 동상’을 법원 정문 앞에 설치했다. 하얀 소복을 입은 유족들은 전씨의 동상을 플라스틱 망치로 때리며 쌓인 울분을 표출했다.
전씨는 법정동 2층 내부 증인지원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대기하다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재판은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