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증언을 거부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 교수는 사모펀드 관련 범행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조씨의 잘못이 덧씌워졌다”고 했었다.
정 교수는 회색 정장 차림에 갈색 뿔테 안경을 쓰고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소병석) 심리로 열린 조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사실 그대로 말하고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겠다”고 증인 선서를 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증인신문 과정에서 대부분의 경우 “저의 공소사실과 관련한 증거이므로 증언을 거부합니다”라고만 답했다.
법조계는 정 교수가 유의미한 증언을 하지 않으리라고 애초부터 관측했었다. 정 교수 측은 지난 13일 이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증인으로 출석해 말한 내용이 재판에 불리한 증거로 제출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교수는 지난 20일 공판기일에 법정에 나오지 않았고 재판부는 과태료 4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정 교수는 “다음 증인신문에도 나오지 않을 경우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재판부 방침에 따라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다. 하지만 본인의 트윗과 문자메시지 내용을 제시하며 질문을 던지는 검찰 측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자주 말했다. “저의 공소사실과 관련돼 있으므로 증언을 거부한다”는 답변을 연속으로 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조씨와 공모,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1억57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이외에도 조씨와 공범 혐의를 받는 것들이 다수다. 사모펀드 약정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에 허위 보고를 한 혐의,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 등이다.
정 교수는 지난해 10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사모펀드 부분은 (검찰이) 조씨와 피의자를 동일시해 조씨 측의 잘못을 정 교수에게 덧씌우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정 교수는 조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일 뿐이라는 주장이었는데, ‘조씨가 주범이며, 조 전 장관 부부는 억울한 피해자’라는 주장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씨 측은 “우리에게 덮어 씌우려는 것이라서 너무 화가 난다”고 반발했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