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인종차별 수준… 한국인 부부에게 성희롱·폭행까지

입력 2020-04-27 11:08 수정 2020-04-27 11:10
베를린 지하철.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 수도 베를린의 지하철에서 한국 유학생 부부가 인종차별을 비롯한 성희롱과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유학생 부부는 26일(현지시간) 오전 0시20분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하철 U7 노선을 타고 귀가하던 중 같은 칸의 독일 시민으로 보이는 성인 남녀 무리로부터 “코로나”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들었다.

유학생 부부는 불쾌한 내색을 했지만, 남성 3명과 여성 2명으로 구성된 이 무리의 한 남성은 “코로나, 해피 코로나 데이, 코로나 파티”라는 조롱을 이어갔다. 이어 부인 김모씨에게 “섹시하다” “결혼은 했느냐”고 말하며 손을 입술에 가져가 키스하는 행동을 취하고 혀를 날름거리기도 했다.

유학생 부부는 이들의 인종차별 및 성희롱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휴대전화로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남편 이모씨가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는 사이 무리는 줄행랑을 쳤다. 김씨가 이들을 쫓아가자 한 남성은 김씨를 여러 차례 밀치고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며 팔뚝과 손목을 세게 잡았다. 다른 남성은 이씨를 밀치면서 침을 뱉었다.

출동한 경찰관은 다른 시민이 알려준 방향으로 쫓아가 무리 가운데 환승장에 있던 여성 2명을 붙잡았다. 그러나 이 여성들은 유학생 부부가 자신들에게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했다”고 주장했고, 경찰관은 유학생 부부에게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며 훈계했다. 당시 경찰은 사건 접수도 하려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학생 부부는 현장에서 주독 한국대사관 긴급 영사전화를 했고, 대사관 측이 경찰과 통화한 뒤에야 경찰은 사건 접수를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