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그 자체로 폐암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같은 비흡연자라도 COPD 환자는 폐암에 걸릴 위험이 2.6배 이상 높았다.
COPD는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고 폐 기능이 점차 저하돼 나중엔 숨 쉬기 어려운 병으로 흡연, 미세먼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권오정·박혜윤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조주희·강단비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표본코호트에서 폐암 발병 이력이 없던 40세 이상 84세 이하 33만8548명을 평균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국제학술지 ‘흉부(Thorax)’ 최신호에 발표했다.
27일 연구팀에 따르면 추적 관찰중 확인된 폐암 발병 사례는 모두 1834건으로 COPD 환자의 폐암 발병 위험은 비COPD 환자 보다 3.1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암을 일으키는 대표적 위험 요인인 흡연력을 따로 떼어 놓고 봐도 마찬가지였다. 흡연 경험이 없는 사람을 기준으로 COPD가 폐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을 때, 같은 비흡연자인 경우라도 COPD 환자의 폐암 발병 위험이 2.67배 높았다. COPD가 폐암의 주요 발병 인자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게다가 많게는 COPD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비흡연자라는 연구결과도 있어 이들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도 COPD 환자를 폐암 국가 검진 대상자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 가려내기 위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현재는 만 54세부터 74세 사이 이면서 30갑년(하루 1갑씩 30년 흡연) 이상 흡연자를 대상으로 국가폐암검진이 시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COPD로 폐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폐암까지 겹치면 치료에 제약이 따르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커질 수 있다”며 “조기 검진을 통해 폐암을 발견할 수 있으면 COPD 폐암 환자의 예후를 향상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