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사법처리도 검토” 포항 지진 수사 속도내는 檢

입력 2020-04-27 10:14
11·15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가 열린 2019년 4월 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덕산동 육거리에서 시민들이 정부 배상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인재(人災) 여부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포항 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건네받아 정부 부처 관계자들의 사법처리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감사원은 포항 지진의 발생 과정에 업계의 무리한 사업 추진은 물론 정부 부처의 미흡한 안전관리 조치도 있었다는 취지의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세월호 참사 사태의 원인 규명 과정과 비견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부장검사 박현준)는 지난주 대검찰청을 통해 감사원의 포항 지진 관련 감사 결과 문건을 넘겨받아 수사 필요성을 검토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이 문건을 토대로 포항 지진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업체는 물론 정부 부처의 고의와 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형사처벌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으로부터 수사가 필요하니 참고해 달라는 취지의 자료들을 넘겨 받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20건의 위법 부당사항이 확인됐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대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의 문건 전달은 고발이나 수사의뢰의 형식을 띠진 않고, 참고자료 전달의 성격에 가까웠다고 한다. 수사팀에 넘겨진 이 문건들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그 산하기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재단할 기초 자료로 쓰일 전망이다.

감사원은 산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을 감사한 결과 안전관리 방안 등 대응조치가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열발전 사업이 포항 지진으로 이어지는 연관성을 분석해 관계자들의 미필적 고의 여부, 과실 여부를 가려 형사처벌 범위를 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2017년 포항 지진에 무리한 물 주입, 정부의 부실 관리 등이 결부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포항 지진과 관련한 연구시설과 업체들을 압수수색했고, 최근까지도 여러 차례에 걸쳐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했다. 넥스지오의 윤모 대표, 포항지열발전 박모 대표 등이 피고발인 신분으로 이미 조사됐다. 또 다른 피고발인인 백운상 전 산자부 장관은 아직 검찰청에 불려오지 않았다.

검찰은 포항 지진 수사를 두고 “2년 반 전 땅속에서 일어난 일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수사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의 과제에 비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수 피해를 낳은 대형 안전사고였다는 점, 정부부처의 관리 책임까지 지적된다는 점, 정부가 발족한 조사단의 과학적 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 등이 닮았다는 것이다. 발생한 재난과 관련해 특별법이 통과돼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다만 그만큼 진상규명 작업이 만만치 않다.

포항 시민들은 포항 지진과 관련한 진상규명 절차가 늦고 있다며 성토하는 분위기다. 공원식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이후 “포항 지진이 정부부처와 관련 기관의 총체적인 부실관리로 일어난 인재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 앞서 벌어지고 있는 민사소송 역시 진행 상황이 지지부진하다. 모성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대표는 “1심이 진행 중이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판이 차일피일 미뤄졌다”고 했다. 범대본은 지난 2018년 10월 대한민국과 포스코, 넥스지오, 포항지열발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