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갈이’ 대학교수들 대법원서 벌금형 확정

입력 2020-04-27 10:08

다른 사람이 쓴 책을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인 것처럼 출간하는 이른바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펴내 교원평가자료로 제출한 대학교수들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저작권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교수 A씨 등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200~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 등은 출판사 직원의 권유를 받고 재발행되는 서적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해당 서적을 교원 업적평가 자료나 교수 재임용 평가자료로 제출한 혐의도 받았다.

이들은 저작권법에서 공표란 저작물을 최초로 공중에 공개하거나 발행한 경우만을 의미하므로 이미 발행돼 공표된 서적에 대해 그 저자를 허위로 표시해 발행했더라도 이는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2심 재판부는 A씨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그동안 일부 대학교수들 사이에는 이 사건의 경우처럼 실제로는 공동저작자가 아님에도 부정한 사익을 추구하고자 타인의 저서에 자신의 이름을 공동저작자로 추가하는 잘못된 관행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도 피고인들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충분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저작물의 창작성 및 공동저작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2심의 판단을 옳게 봤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