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고교체육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사상 처음으로 취소됐다. 한국에서 일본 만화 ‘슬램덩크’와 ‘하이큐’에 등장해 이름을 알린 대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7일 “고교체육연맹이 전날 온라인으로 진행한 임시 이사회에서 전국고교체육대회 취소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연맹은 대회에서만이 아니라 이동·숙박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 있고, 전국적으로 체육부 활동이 진행되지 않아 훈련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오카다 마사하루 연맹 회장은 “꿈을 꾼 무대의 중단으로 슬퍼한다는 것을 아프게 생각하지만, 생명을 지키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전국고교체육대회는 1963년 니기타현 대회로 출범해 지난해 가고시마현 대회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개최됐다. 매년 야구를 제외한 30개 종목에서 3만8000명의 선수·지도자가 참석한다. 그중 프로스포츠나 올림픽에 진출하는 스타도 배출돼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다.
이런 관심을 증명하듯 일본 청춘 만화·영화·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농구 만화 ‘슬램덩크’, 후루다테 하루이치의 배구 만화 ‘하이큐’에서 등장인물들이 도전한 대회가 바로 전국고교체육대회다. ‘인터하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올해 대회는 오는 7~8월 중 일본 규슈현을 포함한 21개 부현에서 분산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출범 57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됐다. 고교체육연맹은 당초 5월 25일 이사회에서 개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의 뒤늦은 확산에 ‘빠르게 결단하라’는 학계·의료계 전문가의 지적을 받고 결정 시기를 앞당겼다.
마이니치신문은 “전국고교체육대회의 취소로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의 개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시엔은 전국고교체육대회와 별도로 개최돼 오는 8월 10일 개막이 예정돼 있다. 일본고교야구연맹은 지난 26일 “앞으로 협의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고교체육연맹의 대회 취소 결정을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