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 선지급 미국에 통보

입력 2020-04-26 20:22
국방부가 특별법을 제정해 우리 정부 예산으로 무급 휴직 중인 4천여 명의 주한미군 한국인직원들 대한 긴급생활자금 등을 지원한다고 밝힌 1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입구에서 한국인 직원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장기화로 무급휴직 상태에 처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을 우선 지급하기로 하고 미국 측에 이 방침을 통보했다. 이달 1일 이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는 4000여명이다. 정부가 이들의 임금을 우선 지급한 뒤 협상이 타결되면 분담금에서 이 비용을 제외한다는 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무급휴직 한국인 근로자에게 한국 정부가 임금을 먼저 주고, 추후 한·미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면 이 비용을 제외하고 미국 측에 지불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통보했다”며 “미국 측에서 이의 제기를 아직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무급휴직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돈은 원래 임금의 70%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내밀면서 이들에 대한 임금 지급을 거부할 우려가 있다”며 “이 때문에 고용보험금 제도를 활용해 70%의 임금만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상 휴직을 할 때 고용주는 직원에게 평균 임금의 70% 이상의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국회에서도 한국 정부가 무급휴직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난 24일 주한미군사령관의 동의가 없더라도 한국 정부가 무급휴직 주한미군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를 선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의 생활안정 등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미래통합당 김성원 의원도 무급휴직 근로자들에게 생활안정급여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는 여야 의원들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만큼 이번 국회 내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미국이 이 문제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전략에 맞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미 협상단은 분담금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 안을 거부하면서 협상은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는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