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장기화로 무급휴직 상태에 처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을 우선 지급하기로 하고 미국 측에 이 방침을 통보했다. 이달 1일 이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는 4000여명이다. 정부가 이들의 임금을 우선 지급한 뒤 협상이 타결되면 분담금에서 이 비용을 제외한다는 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무급휴직 한국인 근로자에게 한국 정부가 임금을 먼저 주고, 추후 한·미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면 이 비용을 제외하고 미국 측에 지불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통보했다”며 “미국 측에서 이의 제기를 아직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무급휴직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돈은 원래 임금의 70% 수준으로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에서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내밀면서 이들에 대한 임금 지급을 거부할 우려가 있다”며 “이 때문에 고용보험금 제도를 활용해 70%의 임금만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상 휴직을 할 때 고용주는 직원에게 평균 임금의 70% 이상의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국회에서도 한국 정부가 무급휴직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난 24일 주한미군사령관의 동의가 없더라도 한국 정부가 무급휴직 주한미군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를 선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의 생활안정 등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미래통합당 김성원 의원도 무급휴직 근로자들에게 생활안정급여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는 여야 의원들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만큼 이번 국회 내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미국이 이 문제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전략에 맞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한·미 협상단은 분담금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 안을 거부하면서 협상은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는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