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보건 위기를 심화시키는 장본인이라는 점이 통계 수치로 입증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의료정보 분석업체 ‘IPM.ai’의 데이터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백악관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에서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잠정적 코로나 치료제로 홍보한 뒤 해당 약품들의 처방 건수가 평소에 비해 46배나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류머티즘, 심장질환, 피부병, 정신질환 뿐만 아니라 발 질환 전문의까지 가세해 약 3만2000여건의 처방이 쏟아졌다. 이마저도 소매약국에 접수된 처방전만 포함된 것으로 병원 내 처방은 빠진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인 21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 항생제를 함께 투여하면 제약 역사상 가장 큰 게임체인저(판도를 뒤집어 놓을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약물 홍보에 열을 올렸다. 트윗이 나온 당일 소매약국의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처방 건수는 평일 평균 114배까지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가 추세는 3월 후반기 내내 지속됐고, 달을 넘긴 4월 둘째주까지도 평소 6배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섣불리 홍보한 약품이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지난 20일 뚜렷한 효능 없이 오히려 환자 사망률만 2배 가까이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그 위상에 금이 갔다. 클로로퀸 처방 규모는 특히 코로나19 집중피해지역인 뉴욕이나 뉴저지주에서 큰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 대응을 지휘해야 할 대통령이 잘못된 발표로 보건 위기를 가중시킨 셈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4일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코로나19 치료에 있어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인증되지 않았다”며 “광범위한 사용을 자제하라”고 공개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3일 코로나19 브리핑도 구설에 올랐다. 코로나바이러스 파괴를 위해 살균제를 인체에 주입해보자는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즉각 트위터에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을 올렸고, 살균제 제조업체인 레킷벤키저도 “어떤 상황에서도 인체에 주입하거나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돼선 안된다”는 경고문을 발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NPR방송과의 인터뷰에서 “TV에 돌팔이 약장수가 나온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의 서부 개척시대식 떠돌이 약장수 쇼를 보라”고 비꼬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