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앙∼ 바이러스 괴물! 코로나 무서워 밖에 못 나가는 아이들

입력 2020-04-27 04:27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5일(현지시간) 한 아이와 엄마가 산책로를 걷고 있다. EPA 연합뉴스


“엄마, 코로나 바이러스가 너무 무서워요.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요.”

여덟살 마누엘은 42일만에 밖에 나가 놀 수 있게 됐는데도 기뻐하지 않았다. 스페인 정부는 26일부터 14세 이하 어린이들이 오전 9시~오후 9시 사이 하루 최대 1시간 동안 어른과 함께 야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마누엘은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외출을 거부하고 있다.

엄마 힐마라는 “아이에게 나가자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마누엘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랄 뿐”이라고 걱정했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했던 이동제한 조치를 완화하면서 어른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팬데믹 스트레스와 후유증은 성인보다 심각하고 오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마누엘과 같은 사례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최근 여러 지역의 소아과나 심리상담소에 쇄도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남편과 이혼하고 8살과 5살 두 아이를 키우는 베아는 “아이들을 아빠와 만나게 해주기 위해 가끔 외출을 하는데 아이들이 점점 더 밖에 나가는 것을 무서워 한다”면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텅 빈 거리를 다니는 풍경을 이상하게 쳐다보고, 꽃이나 풀은 만져도 되는지 끊임없이 물어본다. 모든 것을 의심한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의 소아과 의사 알리시아 아레발로는 “최근 찾아온 4세 어린이는 커다란 벌레 형상을 한 바이러스가 길에 가득차 경찰과 싸우고 있는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며 겁에 질려 잠을 못 자는 증상을 보였다”면서 “마찬가지로 외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출 등 일상적인 행동에 대한 아이들의 두려움이 공포증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려면 위험의 실체에 대해 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장된 표현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설명은 공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상담가 디에고 피게라는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자녀들에게 코로나19를 마치 집밖에 있는 괴물처럼 설명해놓고 정작 부모들이 ‘밖에 나갈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는 건 아이들 눈엔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리학자 엘레나 도밍게스는 “부모들이 코로나19를 설명할 때 장소나 사람 등과 연관짓지 말고,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지 이성적인 방식으로 명확하게 알려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의 정신과 의사 아수세나 디에스는 팬데믹과 관련한 아동 심리상담 신청이 향후 수개월 간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에스는 “특정 스트레스 요소로 인해 불안해하는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집착이나 강박 증세를 동반한다”면서 “아이들이 가지는 두려움은 부모들의 심리와도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과 의사 마리아 가르시아 오니에바는 “아이들이 외출을 거부하는 많은 경우에 부모들도 아이들과 밖에 나가는 것을 공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차일드 마인드 인스티튜트의 아동 심리 전문가 재닌 도밍게스 박사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코로나19에 대해 알고 있는데 부모가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리면 아이들은 더욱 걱정하게 된다”면서 “대화를 통해 사실을 정확히 알려주고 상황에 대한 감정의 톤을 조절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