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TSMC가 ‘판데믹’에도 끄덕 없는 이유

입력 2020-04-27 11:00

중앙처리장치(CPU)의 대명사 인텔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 세계 1위 TSMC가 코로나19 여파를 무색케 하는 호실적을 냈다. 정보기술(IT) 관련 시장이 위축됐지만 재택근무·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시장이 커지면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절대적 입지를 가진 이들 업체가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향후 흔들림 없는 입지를 보여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1분기 매출액 198억달러(약 24조4800억원), 영업이익 70억달러(약 8조6500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영업이익은 69% 증가한 결과다. 특히 IT업계의 서버 증설이 이어지면서 데이터센터그룹(DCG)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나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전통적 CPU 강자인 인텔은 글로벌 서버용 CPU 제품시장에서도 95%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인텔은 데이터센터 외에도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프로그래밍 반도체, PC 등 5개 부문을 보유하고 있다. 속도가 빠른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용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역시 서버 분야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도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TSMC는 1분기 매출 3106억 대만달러(약 12조6800억원), 영업이익 1285억 대만달러(약 5조25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각각 42, 50% 증가한 수치다.

두 업체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의 강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3대 7에 달할 정도로 비메모리 비중이 크다. 시장이 큰 시스템반도체는 가격·경기 변동성도 작아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시장 매출에서 65.2%가 비메모리 분야에 해당되며, 이 분야 시장성장률은 2022년까지 연평균 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1%대에 불과하다.

국내 업계가 주력 제품으로 삼는 메모리반도체는 생산설비 확충 등 물적 자본 투자 의존도가 높다. 올해는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전체 메모리 설비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29일 부문별 1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든 것으로 보이며, SK하이닉스는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1% 감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천안 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은 미래를 내다보며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필두로 비메모리 분야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33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투자도 감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성능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5G 통신 기술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업체로 평가받는다. 소니가 우위를 보이고 있는 이미지센서 분야 역시 삼성이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분야는 업황과 경기 사이클에 민감해 변동폭이 크다”며 “지속 성장이 가능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메모리 분야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