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란 ‘돌발 악재’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놓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겨우 회복세로 접어든 주식시장이 뜻밖의 변수에 재차 고꾸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북한 지도자들의 위급 상황에도 금융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김 위원장의 잠적 기간이 길어진다면 증시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CNN이 김 위원장의 위독설을 처음 보도한 지난 21일 국내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2.99%까지 내려가는 급락세를 연출했다. 원·달러 환율은 1240원대까지 치솟았다. 갑작스러운 한반도 안보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날 코스피는 0.99% 내린 1879.38에 마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뚜렷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2거래일 만에 1914.73까지 회복했다.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흐름은 어땠을까. 김 주석이 사망한 1994년 7월 8일 당일 950선이던 코스피 지수는 이후 5거래일간 보합세를 보였다. 북한 초대 지도자의 사망에도 국내 증시에 미친 여파는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발표(2011년 12월 19일)된 다음 날에 코스피는 3.4% 급락했지만, 그 후 일주일 간 상승세를 연출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확대될 경우 통상 남북경협 관련주는 내리고, 방위사업 관련주는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다만 이러한 움직임은 단기적 실적 전망과는 관련성이 낮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김 위원장의 위독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이 당분간 안정세를 띌 것으로 본다. 그러나 ‘김정은 리스크’가 장기화된다면 변동성이 재차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다음 달까지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으면 북한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이 의구심이 높아지며 주가·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