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이종필(42)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등 ‘라임 일당’의 서울 성북구 게스트하우스 은신을 도운 의문의 여성 2명은 “카카오톡으로만 소통하고 전화번호도 모르는 주변인의 부탁으로 예약과 송금을 했다”고 주장했다. 라임 일당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망을 좁히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이 게스트하우스 측이 투숙객들이 쓸 수 있도록 놓아둔 업무용 스마트폰을 압수했다.
이 게스트하우스에는 김 전 회장 등이 쓰던 집기와 가재도구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김 전 회장의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찾아가기로 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 등은 투숙 당시 외부접촉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회장은 체포 이후 “변호인이 선임되면 그때 설명하겠다”며 경찰 조사에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게스트하우스 측은 지난 23일 심야에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검거된 뒤 애초 예약 문의를 해온 여성 2명에게 거꾸로 전화 연락을 취했다. 범죄자들의 은신을 도운 격이 된 숙박에 대한 항의였다. 이 여성 2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재미교포라며 최초로 가족 숙박 문의를 해온 여성 1명과 그가 ‘부산 지역의 언니’라 칭하던 한 여성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측과 전화로 연결된 이들 여성 2명은 “우리도 주변의 부탁대로만 예약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들은 라임 일당을 위한 숙박업소 마련 부탁을 해온 당사자가 누군지 본인들도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한 여성은 “안타깝게도 그분들과는 카카오톡으로만 소통하고, 전화번호도 모른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의 가족으로 지목된 한 여성이 곧 게스트하우스에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 일당이 남긴 집기와 가재도구를 정리해야 하는 게스트하우스 측은 ‘부산 언니’를 통해 김 전 회장의 가족이라는 한 여성의 연락처를 얻었다. 광주에 기거한다는 이 여성은 게스트하우스 측의 연락에 “내가 가져가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게스트하우스 측은 “경찰이 말하길 ‘가족이 치우는 것’이라고 했다”고 안내했다.
라임 일당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 때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않았지만 외부와의 접촉을 꺼린 정황이 있었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 측은 최근 강풍에 “햇빛 가리개를 접겠다”고 연락을 했는데, 이때 김 전 회장 등은 “알아서 접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을 줄여 주는 투숙객들이라 감사하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외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모습이었다는 것이 게스트하우스 측의 회고다.
김 전 회장은 검거된 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이다. “변호인이 아직 선임되지 않았다”며 구체적 진술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수원여객 241억원 횡령 사건에 연루된 그는 검거 직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됐는데, 이미 그의 최측근인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 김모(56)씨의 구속 기소로 특정된 범죄사실에 대해서도 정확한 진술을 피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수원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인정하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일단 수원여객 횡령 사건 관련 수사를 받은 뒤 서울남부지검으로 이감돼 라임 사태 본류와 관련한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이 배후 전주로 활동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진짜 수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김 전 회장이 청와대 행정관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 청와대 행정관이 누설한 기밀을 통해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 등이 향후 규명 대상이다. 그는 수원여객 횡령사건 외에도 스타모빌리티 자금 517억원을 횡령하고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매각 과정에서 자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라임 일당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의 구체적 행위에 대해서도 서울남부지검이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검은 김 전 회장 등이 머물던 게스트하우스에서 사용하던 업무용 스마트폰을 압수했다. ‘컨시어지(투숙객의 비서 서비스)’ 용도의 업무용 전화기인데, 김 전 회장 등이 이를 활용해 조력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우진 정현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