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실탄’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올해 1분기 나란히 실적 하락을 맛본 완성차 업체들은 향후 판매 추세를 회복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장기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지역의 자동차 공장들이 가동을 재개하는 추세지만, 올해 2분기 실적이 더욱 악화될 거라는 업계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찾아올 수 있는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이달 초부터 배당금 지급 보류, 임원 연봉 삭감 등의 조치를 취하며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에는 수십억 유로 규모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정부와 협의에 나섰다.
임금 삭감 조치는 이미 대다수 업체가 시행하고 있다. 독일 다임러는 연말까지 이사회 회원들의 급여를 20%씩 깎고,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단축한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임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약 150억 달러 규모의 신용 공여를 설정했던 미국 포드는 채권발행으로 80억 달러를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FCA도 62억5000만 유로의 신용을 확보했다. 일본 토요타는 지난달 총 1조엔 규모의 신용 공여를 설정해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국내 업체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완성차·부품 업계는 지난 21일 정부에 약 33조원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현대차는 11조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회사채 6000억원을 발행해 1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같은 결정은 코로나19로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외 주요 업체들은 1분기 실적이 지난해 동기 대비 대폭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임러는 1분기 영업이익이 68.9%, 폭스바겐은 81%가 추락했다. BMW는 1분기 판매가 20.6% 감소했고, 르노의 매출은 19.2% 감소했다. 포드는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 역시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절반가량 줄면서 2분기 실적 하락을 막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줄줄이 멈췄던 공장 문을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해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