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은 한때 창업의 상징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퇴사한 명예퇴직자들이 너도 나도 개업에 나서면서 하나의 창업 트렌드가 됐다. 온라인 게임산업이 부흥하면서 급성장 했지만,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기에 들어갔다. 스마트폰 등이 보급되면서 내리막을 걷던 PC방은 최근 들어 카페처럼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하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러다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위기를 맞았다. PC방의 ‘롤러코스터’ 생존기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26일 KB금융지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PC방의 무한 변신:카페인가, 음식점인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한 PC방은 3437곳이었다. 반면 폐업한 PC방은 총 3282곳으로 집계됐다. 문을 연 가게만큼이나 장사를 접은 곳이 많았다. 폐업률은 15.7%로 커피숍(14.4%), 당구장(13.8%), 제과업(11.0%) 미용업(6.3%), 노래방(4.6%)보다 높았다.
IMF 외환위기 당시 첫 선을 보인 PC방은 승승장구했다. ‘피크’를 찍었던 2008년에는 5300여 곳까지 늘었다. 명예 퇴직자들의 창업 행렬과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같은 온라인 게임 산업의 호황과 맞물리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PC방의 최대 복병은 스마트폰이었다. 금융위기 여파와 맞물리면서 2009년 이후 문닫는 PC방은 점점 늘었다. 2006년까지 100개 미만이었던 폐업 수는 2011년 3900곳까지 치솟았다. PC방 흡연금지법이 시행된 2013년 이후에는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폐업 수가 창업 수를 한동안 앞지르기도 했다.
쇠락의 길을 걷는가 싶던 PC방은 생존전략을 바꿨다. 게임만 하는 곳이 아니라 카페처럼 커피와 음식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이다. PC방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음식매출 비중은 예년보다 40% 가까이 늘었다. 또 기존 PC방 방문의 주 목적이 게임이었다면, 유튜브 시청이나 음악감상 등 여가공간으로 변화를 꾀한 것도 특징이다. 경영 측면에서는 무인 시스템을 도입해 인건비 절감 효과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올들어 PC방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PC방이 집단감염 주의 대상으로 지목되면서다. 지난달 말 PC방 당 일평균 PC가동률은 18.6%였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1월 중순(24.4%)보다 5.8%포인트 감소했다. 오상엽 KB금융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PC방 시장은) 각종 위기와 규제에도 기회를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코로나19 사태의 진정 시기와 회복 여부 등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