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판사 30% 이상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등의 범죄 기본양형으로 ‘3년형’이 적당하다는 답을 내놨다. ‘3년형’은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법정형보다 낮은 형량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는 지난달 4일부터 13일까지 1심 담당 판사를 대상으로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겨레가 24일 확인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판사 668명 중 211명(31.6%)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수입·수출 범죄의 기본양형으로 ‘3년형’을 꼽았다. 이 범죄의 법정형이 징역 5년 이상~무기징역인 것을 참고하면 낮은 형량이다.
‘9년형 이상’을 선택한 판사는 11명(1.6%)에 불과했다. ‘가중 양형’으로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5년형’으로 252명(37.9%)이었다. ‘10년형 이상’은 32명(4.8%)에 불과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배포 범죄의 경우 132명(20%)이 ‘1년형이 적당하다’는 답을 내놨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에 대해서는 29.2%가 ‘6개월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14.9%는 ‘2개월 이하’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는 미국의 경우 징역 10년 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다.
안희정 전 지사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를 변호했던 정혜선 변호사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한겨레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심각한 피해를 봤는데도 재판부는 성착취물을 음란물 정도로만 인식해 범죄의 불법성을 비교적 가볍게 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경 사유를 반영하면 실제 선고 형량이 더 가벼워질 텐데 재판부가 디지털 성폭력의 실체나 실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양형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판사들은 많은 사건을 접하고 판단을 내리면서 다른 사건과의 균형을 생각하고 어느 정도의 형량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설문 결과는) 판사의 가치판단이 포함된 부분이기도 하지만 양형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양형위의 20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1심 담당 판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성범죄 양형기준 논의에 참고된다. 양형위는 다음 달 18일 수정 양형기준을 의결하며 7월 1일부터 수정된 성범죄 양형기준을 시행한다.
김유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