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초호화 아파트들이 늘어선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 명성이 높지만, 무려 전체 인구의 20%가 빈곤층으로 살아간다.
미국 방송 CNN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도시 폐쇄로 100평방피트(약 2.8평) 남짓한 ‘닭장 집’(cage home)에 갇힌 홍콩 빈민들의 삶을 26일 보도했다.
45세의 실업자 럼씨는 아파트 한 집에서 10명과 살며, 1800홍콩달러(약 28만5000원)의 월세를 지불한다고 CNN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의 집은 아파트 한 채를 쪼개 만든 전형적인 닭장 집으로, 침대와 옷 몇 벌을 갖다 두면 공간이 가득 찬다. 그의 이웃은 칸막이 건너 불과 몇십㎝ 곁에 있다.
닭장 집은 대부분 감옥의 독방보다 약간 넓은 100평방피트(2.8평) 수준이다. 욕실은 공동이고 부엌이 없는 곳도 있다. 아파트 같은 방에서 임시 칸막이 건너편이 바로 이웃집이다.
CNN에 따르면 홍콩 인구 10명 중 9명은 70평방미터(약 21평) 미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는데, 정작 임대료와 부동산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부담한다. 부동산 투자회사 CBRE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한 채의 평균 비용은 120만 달러를 넘어섰다.
50대 후반의 은퇴 여성인 청라이 흥과 찬 육 쿤은 코로나19 이후 하루에 10시간씩 3평 남짓한 닭장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한다. 그들은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낮잠을 자면서 시간을 견딘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호소했다.
홍콩의 많은 공공시설들은 코로나19로 폐쇄됐다. 도서관, 공원, 체육관은 문을 닫고, 식당들은 음식을 줄였다. 4명 이상 공개적으로 모일 수 없다.
엄격한 이동 제한으로 홍콩은 감염자 1050명 이하와 사망자 4명으로 피해가 경미했지만, 빈민들의 삶은 고달프다고 CNN은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고용불안까지 빈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도시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자선단체 임팩트 HK의 설립자인 제프 로트마이어는 최근 단체를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서 괴로움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로트마이어는 “다른 사람들은 집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에서는) 직업을 잃거나 정부 지원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바로 노숙자가 된다”면서 “월세가 한 달만 밀려도 지주들이 자물쇠를 바꿔 달아버린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