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살균체 인체 주입’ 발언에…뉴욕시, 관련 사고 건수 급증

입력 2020-04-26 14: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월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살균제 인체 주입’을 언급한 뒤 미국 내 살균제 사고 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공영방송 NPR은 25일(현지시간) 뉴욕시 보건 및 정신위생국을 인용해 지난 23일부터 24일에 걸쳐 18시간 동안 시의 독물통제센터에 30건의 살균제 관련 사고 신고가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시 13건과 비교하면 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페드로 프리스네다 뉴욕시 보건 및 정신위생국 대변인은 접수된 30건 중 가정용 살균제 제품인 라이솔에 인체가 노출된 게 9건, 표백제가 10건, 기타 가정용 세제 관련이 11건이었다고 NPR에 밝혔다.

같은 날 시 보건 커미셔너인 옥시리스 바벗 박사는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려 “살균제는 어떤 형태이건 간에 입, 귀를 통해 주입하거나 흡입하기 위한 용도가 분명히 아니다. 그렇게 하면 막대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정례브리핑에서 표백제가 침 속에 들어있는 바이러스를 5분 안에 죽였고, 살균제는 이보다 더 빨랐다는 연구 결과와 관련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 같은 건 없을까. 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을 트위터에 올렸고, 라이솔 제조업체인 레킷벤키저도 24일 “어떤 상황에서도 인체에 주입하거나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안내문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해서 언급해왔다”며 언론이 브리핑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채 부정적 보도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에도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후 애리조나 주에 거부하는 부부가 어항청소에 쓰이는 인산염 클로로퀸을 먹었다가 남편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