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뚜렷한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염병 사태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통제와 입막음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한 의사가 ‘의사 리원량’ 처럼 처벌을 받은 데 이어 당국의 검열에 걸린 기사를 인터넷에 올린 활동가들도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활동가 차이웨이와 그의 여자친구 탕, 그리고 천메이 등 3명은 검열에 걸려 사라진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세계 최대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깃허브’(Github)에 게재했다. 깃허브는 중국에서는 당국의 인터넷 통제 시스템인 ‘만리 방화벽’을 우회하기 위해 이용된다.
차이웨이 등 중국 활동가들은 2018년부터 검열로 주류 매체에서 사라진 기사를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터미너스(Terminus) 2049’ 운동을 펼쳐왔다.
활동가들은 우한중심병원 의사 아이펀(艾芬)의 인터뷰 기사 등 코로나19 사태의 실상을 알리는 기사와 정보도 공유했다.
아이펀은 지난해 12월 30일 ‘원인불명 폐렴 환자들에게서 사스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내용을 의사들 채팅방에 올렸으며, 이를 공유한 ‘의사 리원량’ 등 8명이 유언비어 유포자로 처벌받았다. 그래서 아이펀은 리원량 등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에게 호루라기를 건네준 사람으로 불렸다.
아이펀은 잡지 ‘인물’ 3월호 인터뷰에서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코로나19 발병초기 정부가 어떻게 은폐를 했는지 실상을 폭로했다.
하지만 아이펀의 인터뷰 기사는 당국의 검열로 온라인에서 사라졌고, 활동가들은 다양한 암호문까지 동원해 이를 공유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차이웨이 등 3명은 지난 19일부터 연락이 두절돼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당초 이들 3명의 행방을 모른다고 하다가 신고 5일 후에야 차이웨이와 탕이 소란죄로 모처에 구금됐다고 했다. 천메이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는 코로나19 발원지 우한의 암울한 실태를 전하고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지난 2월 초부터 연락이 끊겼다.
의류 판매업자 출신의 시민기자 팡빈(方斌)은 코로나19로 숨진 환자들의 시신이 담긴 자루가 가득찬 승합차 영상 등을 올린 뒤 실종됐다.
우한을 취재하다 실종됐던 시민기자 리쩌화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근황을 공개했다. 그는 2월 말 공안에 의해 우한의 한 파출소로 끌려가 ‘공공질서 문란’ 혐의로 24시간 철야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한 호텔에서 14일 동안 격리된 뒤 다시 고향에서 14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격리 기간에 그는 개인용 컴퓨터도 사용하지 못한 채 감시를 받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당국의 코로나19 정책을 비판했던 의사가 처벌받는 일이 발생해 제2, 제3의 ‘리원량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콩매체 명보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후베이성 황스(黃石) 지역 의사 위샹둥에 대해 ‘코로나19 방역기간 온라인상에서 부당한 글을 발표한 문제’로 처벌한다는 내용의 공문이 퍼졌다.
위샹둥이 웨이보 등에 ‘마스크 착용, 자택 관리, 도시 봉쇄, 입원 환자에 대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코로나19와 관련한 당국의 정책과 안후이성이 황스시에 전통 약제를 지원한 문제 등에 대해 냉소하는 ‘부당한 글’을 올려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위샹둥은 앞서 지난 2월 ‘근거기반의 붕괴’라는 글에서 “근거기반 의학이 코로나19 앞에서 완전 붕괴하고 있다”며 “현대의학에 따르면 최선의 증거에 기초해 임상적 결정이 내려져야 하지만, 실제는 ‘특별한 일은 (근거 없이) 특별히 처리된다’”고 지적했다.
위샹둥은 또 “따를 증거가 없다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가”라는 글에서 코로나19가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확인됐는데도 현장에서는 효력이 없는 항생제가 널리 쓰였다고 비판했다.
위샹둥은 이번 일로 ‘과실 기재’ 처벌을 받았고, 그룹 품질관리부 주임직과 시 중심병원 부원장직에서 면직됐다.
위샹둥은 1인 미디어 ‘젠캉제(健康界)’와의 인터뷰에서 통보가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도 “조직에서 나를 잘 배치해줬다. 전에 쓴 글은 모두 역사가 됐다. 매체 논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