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노조 탈퇴 권해달라’… 法 “3자 통한 회유도 부당노동행위”

입력 2020-04-26 11:02

어린이집 원장이 학부모를 통해 소속 보육교사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권유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원장은 2017년 2월 어린이집 운영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B씨 등 보육교사들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가입했다. 노조와 갈등을 빚던 A원장은 이듬해 8월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B교사에게 노조 탈퇴를 권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학부모 운영위원장은 이를 들은 직후 B씨에게 “원장이 노조 탈퇴를 도와 달라 했지만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를 들은 B씨는 A원장을 직접 찾아갔다. A원장은 면담 도중 B씨에게 “노조 활동은 보육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선생님이 노조를 탈퇴해야 다른 선생님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속한 노조 지부는 A원장이 제3자를 통해 노조 탈퇴를 권한 행위와 면담 당시 발언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해 지방·중앙노동위원회에서 모두 이겼다. 이에 반발한 A원장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원장은 직접 노조 탈퇴를 권유할 수 없어 학부모 운영위원장을 통해 B씨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학부모에게 (노조 탈퇴 권유) 의사를 전달하게 한 것은 노조 조직에 대해 간섭하고 방해한 행위로 지배·개입의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A원장은 B씨와의 면담에 대해서는 “B씨가 먼저 대화를 요청했고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원장과 B씨의 대화가 이뤄진 장소는 원장실이었고, B씨는 노조 탈퇴 권유를 받고 찾아간 것”이라며 “사용자 지위에서 근로자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