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가운데 김 위원장이 삼지연시 건설 현장 근로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이는 김 위원장에 대한 일상적인 동정 수준의 보도지만 2주 가까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내용 라디오매체인 중앙방송은 26일 “김정은 동지께서 삼지연시꾸리기를 성심성의로 지원한 일꾼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셨다”고 보도했다. 국내외 언론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잇따라 제기하는 상황에서 나온 보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김 위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행보가 아닌 데다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한 언급도 없어 건강이상설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삼지연은 김정은 일가의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두산을 행정구역으로 하는 ‘혁명성지’이자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경제발전의 본보기’ 도시로 대대적인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다. 지난해 말 군(郡)에서 시(市)로 승격했다. 김 위원장의 ‘감사’에 “일꾼들과 근로자들은 당의 믿음과 기대를 한시도 잊지 않고 사회주의 강국건설에 참답게 이바지해 나갈 불타는 열의에 넘쳐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다음 날 조선중앙통신 등에 보도된 뒤 2주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일성 주석 생일인 지난 15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까지 건너뛰었다.
이후 CNN방송은 지난 20일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특이 동향은 없다”고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23일 “CNN 보도는 부정확한 허위 보도로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이터통신은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문제를 다루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한 고위 관리가 이끄는 대표단이 지난 23일 베이징을 출발해 북한으로 향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이 대표단엔 김 위원장을 도울 의료 전문가들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과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또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로 추정되는 기차가 지난 21과 23일 북한 원산리조트 지역에 정차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북한 동부 원산에 머물고 있다는 그간 보도의 신빙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다만 “중국 의료진의 북한 파견이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어떤 것을 시사하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앞서 동아일보는 미 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감염증 등을 이유로 원산에서 체류 중이며 15~20일 사이 부축을 받거나 휠체어 등을 이용하지 않고 걷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24일 보도하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