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내가 직접 김종인 뇌물 사건 자백받아… 노욕 말라”

입력 2020-04-25 13:28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4.15 총선 대구 수성을 무소속 홍준표 당선인이 16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두산오거리 인근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가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총괄 선대위원장을 겨냥하고 나섰다. 검사 시절 김 전위원장으로부터 뇌물 사건 자백을 받았다고 25일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1993년 4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때 함승희 주임 검사의 요청으로 20분 만에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뇌물 사건을 자백받았다”며 “슬롯머신 사건의 고검장들 연루 건을 수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대검찰청에 파견 나가 있을 때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후 이어진 김 전 위원장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홍 전 대표는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당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비대위원이 나의 동대문을 공천 문제를 거론하면서 '당 대표를 사퇴한 사람에게 공천을 주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며 “아무리 정치판이라지만 내가 조사한 뇌물 사건의 피의자에게 공천 심사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천명하고 공천신청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는 “‘차떼기 정당’ 경력을 가진 우리 당이 뇌물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대표직을 채운다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라고 보는가”라며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비대위원장에 반대한다”고 직접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대신 홍 전 대표는 통합당 지도부의 총 사퇴와 4·15 총선 당선인 대회를 통한 당 고문 중심의 비대위 구성을 제안했다.

사진=홍준표 페이스북 캡처

홍 전 대표는 다소 인신공격적인 발언도 서슴없이 이어나갔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최근 잇단 노욕에 찬 발언들을 보면서 당이 이러다가 풍비박산 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이제 그만 공적 생활을 정리하고 정계에 기웃거리지 말라. 그만하면 오래도 했다”고 쏘아붙였다.

홍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기 싸움’이 자칫 4·15 총선 참패로 인한 당내 쇄신 분위기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홍 전 대표는 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 선거에 나와 당선됐다. 통합당 복당을 추진하며 대권 도전 의사도 직접 밝혔다.

전날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밝히며 출범키로 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시작부터 삐걱이는 셈이다. 김종인 비대위 추인을 위해 오는 28일 열릴 예정인 통합당 전국위원회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선인 대회를 거치지 않고 전국위를 소집할 경우 갈등만 분출되고 비대위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의원들 가운데 전국위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혼란을 수습하려는 비대위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며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 부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0년대생 경제 전문가 대선후보론’을 들고나왔다. 청년층과 당내 혁신파 의원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