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목소리에도 담담했던 관악구 모자 남편, 사형에 흘린 눈물

입력 2020-04-25 08:35 수정 2020-04-25 10:26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남편이 첫 재판에서 무기정역을 선고받은 가운데 그가 흘린 눈물에 대중들이 공분하고 있다. 숨진 모자의 남편이자 아빠인 조모(42)씨는 아들의 생전 목소리를 듣고도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눈물로 ‘무죄’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2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조씨는 지난해 8월21일 오후 8시56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35분 사이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다세대주택에서 아내 A(42)씨와 아들 B(6)군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부는 “아내와 아들은 죽는 시간까지 피고인을 사랑하고 존중했는데 그 결과는 끔찍했다”며 “오랫동안 불륜관계를 가져온 피고인은 이들을 살해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공판에서 냉정한 태도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사형을 구형했었다. 그러나 법원은 한 단계 낮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조씨는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했었다. 조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볼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가 없고 제3의 범행 가능성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만 제시됐다”며 “피고인에게 범행동기가 전혀 없다”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씨가 결혼 직후 불륜에 빠져 아내는 돈줄, 아들은 짐으로 여겼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문자와 통화 내역을 제시했다. 1년간 조씨가 아내와 통화한 횟수는 백여 차례인 반면 내연녀와의 통화는 2400여회로 하루 평균 6번이 넘었다. 조씨는 또 가족의 사망 현장이나 부검 사진 등을 보면서 미동도 하지 않았고 아들의 생전 목소리를 듣고도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가 눈물을 흘린 건 사형이 구형되면서다. 지난달 31일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방청석에선 피고인의 가족들이 “범인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재판 내내 담담한 모습을 보였던 조씨도 최후 진술에서 “나는 아내와 아들을 죽이지 않았다. 범인이 아니다”라며 “범인이 잡혔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범인을 잡고 싶어하는 아빠”라며 눈물을 흘렸다.

손 부장판사는 “내 아내, 내 아들이 죽었는데 어찌 그리도 냉정할 수 있냐”고 묻자 조씨는 “냉정해 보이려고 그렇게 하고 있다. 최대한 눈물도 흘리지 않으려고…”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손 부장판사의 질문에 조씨는 “너무 미안하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선 ‘사망 시각’이 쟁점이 됐다. 조씨는 집에서 나올 때까지 아들이 살아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검찰은 조씨가 집에 있을 때 모자가 사망했다고 반박했다.

그 근거로 모자의 위에서 나온 음식물을 들었다. 숨진 모자는 사건 당일 오후 8시쯤 스파게티와 닭곰탕을 저녁으로 먹었고 부검 결과 모자의 위에선 스파게티에 들거간 토마토와 양파가 나왔다. 법의학자들은 “배 속 음식물 상태를 볼 때 식사 후 4시간 이내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모자가 숨진 시간이 22일 자정 전이라는 얘기다.

조씨는 사건 당일인 21일 저녁 8시56분에 집에 와 다음날 오전 1시35분까지 4시간 39분간 머물렀다. 조씨는 “아들이 잠꼬대를 하는 바람에 잠에서 깨 집에 나와 공방으로 갔다”며 “그때까지 아내와 아들이 살아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망 추정 시각 범위가 조씨와 함께 있을 때 살해당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설명했다. 또 조씨가 범행 전 찾아 본 영화 중에 흉기로 타인을 살해해 수건으로 얼굴을 덮어주는 내용이 있었으며 실제 범행과 유사하다는 점도 유죄로 볼 수 있는 근거라고 판단했다.

무기징역 선고 후 피해자 유족은 “솔직히 어떤 형벌이 나오더라도 만족할 수가 없다”며 “공판 과정에서도 전혀 반성하지 않다가 사형이 구형되자 처음 운 것을 보고 정말 용서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