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돋보기] 다리가 차고 발가락이 까맣다…말초혈관 ‘경고등’

입력 2020-04-25 06:10
국민일보 자료사진

한국인 100명 가운데 4~5명은 ‘말초동맥질환(PAD)’을 갖고 있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일수록 위험도가 높아졌다.

말초 동맥질환은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을 제외한 팔과 다리 등 신체 말단 부위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힌 상태를 말한다.

특히 50세 이상에서 고혈압·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팔·다리의 혈관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조진현‧조성신 교수팀은 2008~2012년 한국인 PAD의 유병률과 위험 요소를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역사회복지센터를 찾아 일반인 2044명을 대상으로 말초혈관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동맥경화협착검사를 시행했다.

동맥경화협착검사는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다리 혈압을 동시에 재서, 발목 혈압과 위팔 혈압 비율(ABI)이 0.9 이하면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한다.

연구 결과 질병경계인 ABI 0.91~0.99 환자는 211명(10.4%), ABI 0.9 이하인 말초동맥질환자가 95명(4.6%)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노령, 고혈압, 심혈관질환으로 나타났다.
조진현 교수는 “국내 말초동맥질환의 유병률이 4.6%로 흔하지 않고 말초동맥질환과 연관된 위험인자를 밝혀, 향후 범국가인 선별검사나 혈관질환 검진의 필요성과 검사가 필요한 군을 선택하는 기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외과학 국제학술지(Annals of Surgical Treatment and Research) 최신호에 발표됐다.


말초동맥질환은 신체 말단까지 혈액 공급이 잘 안 이뤄져 생긴다. 특히 다리혈관의 경우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데,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데다가 직립보행으로 피가 아래로 쏠리기 때문이다. 심하면 다리 절단까지 진행될 수도 있고 말초혈관 외에도 전신 혈관에 문제를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질병 초기에는 걷거나 달릴 때 통증이나 경련이 발생하지만 쉬면 증상이 금방 가라앉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많다. 어느 정도 진행되면 다리 온도가 차갑고 발가락 색깔이 검으며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초기에는 혈관확장제 등 약물치료와 콜레스테롤 관리 등의 생활습관 개선으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으면 이미 동맥의 폐색이 50% 이상 진행된 경우가 많다. 조 교수는 “조금 쉬면 통증이 없어지기 때문에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지만 만약 괴사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 없이 방치하면 1년 안에 절반은 다리를 절단해야 하므로 평소 다리 통증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막힌 부위가 길지만 수술 위험성이 낮은 경우에는 본인의 정맥이나 인조혈관을 이용해 우회 수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혈관질환 환자는 만성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우려된다. 이에 국소마취 후 풍선 확장술(혈관에 풍선을 넣고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이나 스텐트 삽입술(혈관에 그물망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술)을 시행한다. 최근 혈관 내벽을 깎아 넓히는 시술(죽종절제술)이 증가하고 있다.

말초동맥질환 예방을 위해선 제일 먼저 금연해야 한다. 흡연은 혈관을 좁게 만든다.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도 강화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하지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 위험요인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검사받는다. 기름진 음식을 삼간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