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서 남친 ‘링거 살인’ 30대 간호조무사 1심 30년형

입력 2020-04-24 11:16

링거로 마취제를 투약해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간호조무사가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임해지 부장판사)는 24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직 간호조무사 A씨(32)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동반 자살을 하기로 약속했다는 증거는 피고인 진술이 유일한데 그 진술이 빈약할 뿐 아니라 신빙성도 매우 낮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범행 전) 부검으로 주사 쇼크를 알 수 있는지 검색하는 등 자신의 의학지식을 이용해 보관하던 약물을 피해자에게 투약하고 자신은 약물을 빨아먹는 방법으로 동반 자살을 위장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전혀 반성하는 기미 없이 살인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유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어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돼 참회하고 유족에게 속죄하는 게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하지만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A씨는 “피해자의 고민과 자살하자는 이야기에 동화돼 피해자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에 동반 자살을 하려 했다. 살인은 결단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2018년 10월 21일 오전 11시30분쯤 경기도 부천의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 등을 투약해 남자친구 B씨(당시 30세)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프로포폴 등을 처방전 없이 B씨에게 투약하고 2016년 8월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이 문을 닫자 의약품을 훔친 혐의도 받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B씨는 마취제인 프로포폴과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 등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가 사인이었다. 당시 A씨도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의 농도로 확인됐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