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진들이 일반 시민에게 공격당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40년 경력 간호사 리지아 칸툰은 이달 초 출근길에 낯선 이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칸툰에게 다가온 의문의 인물은 “당신이 우리 모두를 감염시킬 것”이라고 외치며 뜨거운 커피를 칸툰의 등에 끼얹었다.
이 사건은 칸툰의 딸이 커피로 흠뻑 젖은 엄마의 뒷모습 사진을 SNS에 올린 뒤 알려졌다. 딸은 “아픈 사람들을 돌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싸우고 있는 의료인들을 모욕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칸툰은 BBC 스페인어판 인터뷰에서 “신종플루와 콜레라 유행도 겪었지만 지금 같은 일은 처음”이라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이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에서 코로나19 병동 의료진들이 겪는 수난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사회보장청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인에 대한 공격이 12개 주에서 21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레이노사의 한 간호사는 락스 공격을 당했고 산루이스포토시의 한 간호사는 카페에서 폭행당해 손가락 두 개가 부러졌다. 피해자들은 당시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었고 특히 여성 의료인들이 주 범행 대상이 됐다.
이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계속되자 유엔 멕시코지부는 성명을 내고 “의료인에 대한 공격이나 증오 표시, 배척, 차별에 규탄한다”며 당국의 보호조치 마련을 촉구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23일 기자회견에서 “의료인들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노동자들이자 영웅”이라며 “그들의 일에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당 상원의원들은 의료진을 공격한 이들에게 최대 25년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