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 추자”며 성희롱…법원 “10년 뒤에도 징계 가능”

입력 2020-04-24 09:41

폭행과 성희롱이 동시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회사가 폭행 징계 후 성희롱은 10년 뒤 징계 했더라도 ‘이중 징계’라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방송사에 소속돼 외주제작사를 관리하던 프로듀서 A씨는 지난 2008년 2월 외주제작사 작가 B씨 등과 함께 회식을 했다. 이후 B씨는 방송사 인터넷 게시판에 “회식 당시 노래방에서 A씨가 블루스를 추자며 신체 접촉을 했다. 이를 피하자 마이크로 내 머리를 내리쳤다”는 글을 올렸다.

회사는 조사를 벌이고 A씨를 징계했다. 하지만 B씨가 성희롱 주장을 번복했다는 이유로 폭행 사실만 인정해 근신 15일 징계를 내렸다.

B씨는 10년이 지난 2018년 2월 다시 인터넷 게시판에 “A씨가 성희롱을 했다”는 글을 올렸다. B씨는 당시 성희롱 피해 사실을 번복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가 감봉 처분을 받은 줄 알고 있었고, 진정성있는 사과를 받은 적도 없다는 주장이었다. 방송사는 재조사를 벌였고, A씨에 대해 정직 6개월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이에 대해 불복해 노동당국에 구제신청을 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 징계라는 판정을 내렸다. 회사 측은 다시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방송사가 중노위를 상대로 “부당징계 판정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0년 전 1차 징계 당시 회의록을 검토한 결과 회사가 A씨를 징계 할 때 성희롱을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씨의 성희롱까지 징계사유로 삼았다면 징계가 근신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관련 증거나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당시 A씨가 B씨에게 직장 내 성희롱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비위 행위 후 상당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제재의 필요성이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가 격려하거나 잘해보자는 의미로 신체접촉을 하는 것이 사회 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춰 허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